한국수력원자력 및 한국전력이 지난 1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이룬 합의를 둘러싸고 계약 불공정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한수원 등은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을 감안해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2400억원가량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9000억원 규모의 물품·용역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에 주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50년간 유효하다고 한다. 또 한국 측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을 독자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한수원 등은 북미 유럽연합(EU) 영국 우크라이나 일본 등에선 신규 원전 수주 활동을 할 수 없다.
이를 두고 원전업계에서도 한국 측에 지나치게 불리한 불공정 계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주식시장에서는 관련 기업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동시에 한국이 원전 수출에 나설 때마다 빚어지는 원천기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계약이었으며, 합의 내용도 무리한 수준이 아니라는 엇갈린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매국적 합의로 규정하고 국정조사를 예고하는 등 강경한 분위기다. 그제 한정애 정책위원회 의장과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 데 이어, 어제는 황명선 최고위원과 정진욱 의원 등이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련자들의 법적 책임까지 거론했다.
계약 내용이 우리 측에 현저하게 불리하고 계약기간이 지나치게 긴 것은 사실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계약 조건의 적정성을 따지는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이번 사태를 탈원전 빌미로 삼는 것도 곤란하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원전 확대는 세계적 추세다. 또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합작 기업을 만들어 미국 원전 수주에 나서는 방안이 논의되는 상황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금지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원전을 본격화하거나 미국 측을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원자력 관련 협상에 나설 이재명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