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크라 굴욕’에 유럽 자강론… ‘美 한발 뺀 한반도’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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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부터)이 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긴급 유럽 정상회의에서 유럽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유럽 국가들은 6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임을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부터)이 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긴급 유럽 정상회의에서 유럽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유럽 국가들은 6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임을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설전 끝 파국’ 이후 유럽 국가들이 한목소리로 안보 강화를 다짐했다. 2일 영국 런던에 모인 유럽 주요 정상들은 방위비 증액을 강조하며 유럽이 주도하는 ‘의지의 연합’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광물 협정을 맺을 준비가 돼 있다”며 화해 제스처를 보냈지만, 미국에선 “우크라이나에 새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정권교체론까지 나왔다.

트럼프-젤렌스키 파국 이후 유럽 국가들이 너나없이 방위비 증액을 통한 재무장을 외치고 나섰지만, 이 같은 유럽의 자강(自强)론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3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유럽 각국은 미국에의 방위 의존을 반성하며 군사력 보강에 나섰다. 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령관을 미군 4성 장군이 맡고 그 지휘 아래 모든 정보와 작전 실행까지 의존하는 형편에서 유럽의 안보 독립은 요원했다. 이번 자강론을 두고도 실천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유럽 스스로도 그 한계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당장은 우크라이나를 동정하면서도 미국과의 중재에 나서며 더 큰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그런 유럽을 더욱 압박해 ‘유럽 안보의 유럽화’를 앞당길 심산인 듯하다.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은 물론 정권교체까지 들먹이는 트럼프 2기의 행태는 혀를 찰 일이지만 세계는 우리가 지금껏 알던 미국은 없어졌음을 새삼 확인할 뿐이다.

이런 유럽의 처지가 우리에게 남의 일일 수는 없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패권 저지를 최우선 대외전략으로 삼고 있어 당장 동북아시아에서 발을 빼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2기는 북핵 억제를 제외한 재래식 방어는 한국군이 맡아야 한다며 주한미군도 중국 대응 전력으로 그 역할을 조정하려 한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직거래 의사를 밝히고 있어 북핵을 사실상 인정하고 군축 협상에 들어가는 ‘스몰딜’도 우려된다.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할 것은 비단 주한미군 주둔비용 협정의 재협상만이 아닐 것이다. 미국의 핵우산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우리 처지에선 동맹 간 협력 기반을 굳건히 유지하면서도 미군 도움 없이 우리 군이 대북 방어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방위 태세와 군사력 증강을 이뤄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다. 지금은 탄핵 정국의 리더십 부재로 다소 시간을 유예받은 형국이지만 곧 닥칠 동맹의 청구서에 대한 대비는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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