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비리’,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횡령’으로 각각 유죄 판결을 받은 조 전 대표 부부와 윤 전 의원 등 사면 대상자들 모두 복권돼 출마 등 정치 활동을 제약 없이 할 수 있게 됐다. 백 전 비서관은 조 전 대표와 함께 감찰 무마 혐의로, 김은경 전 장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징역형을 받았다.
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무더기 사면·복권이 사법부 판결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인지 의문이다. 여권에선 이 대통령이 범여권 인사들의 사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여권 내 균열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사회 전체의 통합을 지향해야 할 사면이 지지층만 바라본 정치의 결과물이어서는 안 된다. 뇌물수수 등 비리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정찬민 홍문종 전 의원 등 야권 인사를 포함시켰다고 ‘우리 편 사면’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당장 국민의힘은 “광복절마저 통합이 아니라 분열의 장으로 만든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공수만 바뀔 뿐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된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도 야당 대표 시절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사면을 “사법부 심판을 뒤집는 편 가르기”라고 했다.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이번과 정반대로 ‘국민 통합’을 내세워 옹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때도 국민의힘은 ‘통합의 결단’이라고 한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라고 맞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명숙 전 총리 복권 때는 상황이 또 반대였다. 여당인 민주당은 명예 회복이라고 한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치적 면죄부를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처럼 진영 논리에 따라 입장이 180도 달라지는 건 정치인 사면의 원칙과 기준이 분명하지 않은 탓이다. 사면심사위원은 법무부 장관이 임명해 대통령 의중이 여과 없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국회와 사법부 등도 심사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선거법 위반 등은 사면을 금지했고, 일본은 일정한 형기를 마쳐야 사면이 가능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객관적 기준을 정립해야 정치인 사면이 국론 분열의 씨앗이 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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