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 의장이 제동 건 상법 개정안… 백지화가 경제 살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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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보류됐다.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을 강행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은 27일 본회의에서 바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동을 걸었다. 우 의장은 “안건에 대한 이견이 매우 크다”며 “최대한 교섭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중재에 나선 것이다.

우 의장의 결정에 대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몽니에 편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상법 개정안은 ‘경제 민생 법안’이라며 정치 논리로 연기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제계 전체가 한목소리로 우려하는 법안을 경제 민생 법안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26일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8개 경제단체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이 더 이상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해외 주요 국가에서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 경제계와 전문가들은 애써 키운 국내 기업들을 해외 투기세력에 먹잇감으로 내주는 아찔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과거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은 삼성전자에 설비투자 예산의 75% 수준, 현대차엔 순이익의 4배 수준의 주주 환원을 요구했는데, 이런 식의 무리한 경영 개입이 빈번해질 수 있다. 소송 남발의 가능성 때문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신사업 발굴에 나서기 어렵고, 결국 기업 활력이 둔화해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일 현대차 공장을 찾아 “기업의 성장은 나라 경제 성장의 전부”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업 경영을 옥죄고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가릴 것 없이 일제히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애초에 섣부르게 상법 개정론을 꺼낸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제라도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면서도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해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금처럼 반기업적 상법 개정만 끝내 고집한다면 “메스가 필요한 수술에 도끼를 들이대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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