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부하들은 다 안다”

4 weeks ago 7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출동했던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 13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에서 “이진우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조 단장은 윤 대통령 측이 자신의 진술을 허위로 몰아가는 데 대해 “저는 의인이 아니다. 1경비단장으로서 제 부하의 지휘관이다. 제가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부하들은 다 알기 때문에 일절 거짓말을 할 수 없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조 단장은 헌재가 직권으로 채택한 유일한 증인이다. 국회에 군을 투입한 행위가 윤 대통령 주장대로 ‘질서 유지’ 차원이었는지, 아니면 ‘입법부 무력화’를 위한 것이었는지 가려 비상계엄의 위헌·불법성을 판단하기 위해 헌재가 직접 부른 것이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은 “의원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고 했다”고 주장하고, 이 전 수방사령관은 형사재판을 이유로 입을 닫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장 지휘관의 증언은 진실을 가리는 데 중요했다.

조 단장은 당시 지시 내용이 ‘국회 본청 내부로 들어가 의원을 끌어내라’는 것이었다고 명확히 증언했다. 나아가 조 단장은 그 같은 지시를 받고 이 전 사령관에게 다시 전화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아니고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라며 재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자칫 유혈 사태를 초래할 수 있었던 지시가 그대로 실행되지 않은 데엔 현장에 나간 군인들의 올바른 판단이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두 시간짜리 경고성 계엄’을 내세워 의원 끌어내기, 정치인 체포 같은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는 조 단장 증언대로 출동한 군인들이 모두 들은 내용이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도 “전투통제실 마이크가 켜져 있어 모든 내용이 예하 전체 인원에게까지 라이브로 생방송이 돼 버렸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인 등 체포자 명단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 측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증언에 대한 신뢰성을 문제 삼으며 그 자체를 부정했다. 하지만 방첩사령관에게서 명단을 전달받았다는 사람은 홍 전 차장뿐 아니라 경찰청장과 방첩사 관계자도 있는데, 그 이름과 인원이 거의 일치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라며 사실상 인정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혐의들에 대해 “호수 위에 뜬 달 그림자” “뒷다리 잡는 이야기”라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자에겐 “영어의 몸이 될 게 아니라 칭찬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지시한 적 없다지만 지시받은 이들은 넘쳐난다. 아무리 감추고 부인하려 해도 계엄 그날 많은 이들이 듣고 본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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