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장은 헌재가 직권으로 채택한 유일한 증인이다. 국회에 군을 투입한 행위가 윤 대통령 주장대로 ‘질서 유지’ 차원이었는지, 아니면 ‘입법부 무력화’를 위한 것이었는지 가려 비상계엄의 위헌·불법성을 판단하기 위해 헌재가 직접 부른 것이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은 “의원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고 했다”고 주장하고, 이 전 수방사령관은 형사재판을 이유로 입을 닫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장 지휘관의 증언은 진실을 가리는 데 중요했다.
조 단장은 당시 지시 내용이 ‘국회 본청 내부로 들어가 의원을 끌어내라’는 것이었다고 명확히 증언했다. 나아가 조 단장은 그 같은 지시를 받고 이 전 사령관에게 다시 전화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아니고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라며 재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자칫 유혈 사태를 초래할 수 있었던 지시가 그대로 실행되지 않은 데엔 현장에 나간 군인들의 올바른 판단이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두 시간짜리 경고성 계엄’을 내세워 의원 끌어내기, 정치인 체포 같은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는 조 단장 증언대로 출동한 군인들이 모두 들은 내용이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도 “전투통제실 마이크가 켜져 있어 모든 내용이 예하 전체 인원에게까지 라이브로 생방송이 돼 버렸다”고 밝힌 바 있다.정치인 등 체포자 명단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 측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증언에 대한 신뢰성을 문제 삼으며 그 자체를 부정했다. 하지만 방첩사령관에게서 명단을 전달받았다는 사람은 홍 전 차장뿐 아니라 경찰청장과 방첩사 관계자도 있는데, 그 이름과 인원이 거의 일치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라며 사실상 인정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혐의들에 대해 “호수 위에 뜬 달 그림자” “뒷다리 잡는 이야기”라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자에겐 “영어의 몸이 될 게 아니라 칭찬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지시한 적 없다지만 지시받은 이들은 넘쳐난다. 아무리 감추고 부인하려 해도 계엄 그날 많은 이들이 듣고 본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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