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민이 軍 폭행” “박수 한번 안 쳐” “열띤 국무회의” “쪽지만 얼핏”

1 month ago 6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의 국회 투입에 대해 “(국회) 경비, 질서 유지를 하러 간 군인이 시민에게 폭행당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무장한 군인의 국회 진입을 막아선 시민을 ‘폭행 가해자’로 표현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계엄 선포 이유를 설명하면서 “(국회에) 연설하러 가면 아무리 미워도 박수 한번 쳐주는 게 대화와 타협의 기본인데…”라고 박수 안 친 야당을 탓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그간 ‘경고성 계엄’이니 ‘내란 프레임’이니 온갖 변명과 남 탓으로 일관하더니 이젠 국회 유리창을 깨고 들이닥친 군대의 국민 대의기관 유린 행위를 막아선 시민을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시켰다. 윤 대통령은 “군인이 억압이나 공격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 그것은 현장에 투입된 군인들의 현명한 대처 덕분이었다. 자칫 유혈사태를 초래할 수 있었던 지시 내용도 그대로 실행되지 않아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그 지시 자체를 부인하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책임을 야당으로 돌리며 국회 연설 때 야당이 박수 한번 안 쳤다고 말한 대목에선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역대 어느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여야 없이 박수를 받았을까. 대통령은 늘 칭찬이 아니라 비판의 대상이기 마련이고, 그게 대통령직의 무게다. 대통령이 박수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권위 의식 못지않다. 1987년 민주화 이래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 할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증인으로 나온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주장도 상식 밖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렸다는 국무회의에 대해 “실질적으로 열띤 토론이나 의사 전달이 있었던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한결같이 비정상 또는 무효였다는데도 다른 주장을 편 것이다. 그는 언론사 단전·단수 문건에 대해서도 “종이쪽지를 멀리서 잠깐 얼핏 봤다”며 지시받지도,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소방청장의 증언과 배치되는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은 헌정질서를 무너뜨려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끊임없는 궤변과 억지 주장을 펴며 모든 책임을 미뤄왔다. 거기에 이 전 장관도 윤 대통령을 편들면서 자신도 책임에서 벗어나려니 말이 군색해지고 앞뒤가 안 맞는다. 두 사람 다 검사와 판사 출신의 법률가다. 현란한 법 기술에다 교묘한 증언 기술까지 얹어 위헌·불법 계엄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더욱 구차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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