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그간 ‘경고성 계엄’이니 ‘내란 프레임’이니 온갖 변명과 남 탓으로 일관하더니 이젠 국회 유리창을 깨고 들이닥친 군대의 국민 대의기관 유린 행위를 막아선 시민을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시켰다. 윤 대통령은 “군인이 억압이나 공격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 그것은 현장에 투입된 군인들의 현명한 대처 덕분이었다. 자칫 유혈사태를 초래할 수 있었던 지시 내용도 그대로 실행되지 않아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그 지시 자체를 부인하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책임을 야당으로 돌리며 국회 연설 때 야당이 박수 한번 안 쳤다고 말한 대목에선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역대 어느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여야 없이 박수를 받았을까. 대통령은 늘 칭찬이 아니라 비판의 대상이기 마련이고, 그게 대통령직의 무게다. 대통령이 박수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권위 의식 못지않다. 1987년 민주화 이래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 할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증인으로 나온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주장도 상식 밖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렸다는 국무회의에 대해 “실질적으로 열띤 토론이나 의사 전달이 있었던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한결같이 비정상 또는 무효였다는데도 다른 주장을 편 것이다. 그는 언론사 단전·단수 문건에 대해서도 “종이쪽지를 멀리서 잠깐 얼핏 봤다”며 지시받지도,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소방청장의 증언과 배치되는 주장을 폈다.윤 대통령은 헌정질서를 무너뜨려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끊임없는 궤변과 억지 주장을 펴며 모든 책임을 미뤄왔다. 거기에 이 전 장관도 윤 대통령을 편들면서 자신도 책임에서 벗어나려니 말이 군색해지고 앞뒤가 안 맞는다. 두 사람 다 검사와 판사 출신의 법률가다. 현란한 법 기술에다 교묘한 증언 기술까지 얹어 위헌·불법 계엄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더욱 구차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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