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제정 후 1960년 시행돼 ‘칠순’이 다 돼가는 민법의 전면 개정 절차가 본격화한다는 소식이다. 재산법(총칙·물권·채권편)부터 시작해 친족·상속법 등 순차적으로 개정한다고 한다. 법무부는 어제 재산법 중 국민 생활과 밀접한 채무불이행, 손해배상 등 계약법 조문 200여 개를 고친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민법은 사법(私法)의 기본법이지만, 우리는 해방 이후에도 10년 넘게 일본 민법을 그대로 사용했다. 1958년 제정된 민법 역시 독일 채권법을 일부 차용했으나, 상당 부분 일본 것이었다.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크게 달라지지 않은 법이 오늘날의 사회·경제·문화적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컨대 현행 민법에는 미등기 전세 제도와 임대차 보증금과 관련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아 특별법인 임대차법에서 보완하고 있다. 이처럼 민법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특별법이 난립하면서 법적 안정성이 저해되고, 새로운 사법 쟁점이 판례와 학설을 통해 해결되다 보니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개정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법무부는 1999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민법 전면 개정을 추진해 2004년과 2013년 각각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두 번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948년 제정된 헌법이 1987년까지 아홉 차례, 1953년 제정된 형법이 1995년까지 세 차례 개정된 것과 대조적이다. 1950년대 만들어진 법이 우주개발·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을 리 없다. 민법 전면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우리와 같은 대륙법 체계를 따르는독일은 2002년, 프랑스와 일본은 2017년 이미 민법 대개정을 완료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연 5%인 법정이율 조정과 대리권 남용 시 무효력, 중대한 사정 변경 후 계약 수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개인 간의 채무, 배상, 담보 등 민사 관계의 기본을 이루는 사안이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난 합리적 논의를 거쳐 통과시켜야 한다.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률을 시대에 맞게 개정하는 것은 국회의 중요한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