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의 불확실성 속에 경기 부진과 대출 규제 등이 겹쳐 아파트 공급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에 나선 수도권 단지가 단 한 곳도 없었을 정도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이 지난해보다 약 5만 가구(38%) 감소한 8만3500가구에 그칠 것이라는 한경 보도다(2월 21일자 A1, 4면). 서울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2만8200가구였던 분양 물량이 올해는 1만2600가구에 그쳐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설상가상으로 내년부터 입주 물량도 크게 감소한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는 올해 10만5800가구인 것이 내년 6만6800가구, 후년 6만2000가구로 급감한다. 특히 내년 서울 입주는 올해의 14% 정도에 불과하다.
문제는 공급 절벽이 집값 불안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토지거래허가제가 풀린 잠실, 대치 등이 강세를 보이며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주까지 3주 연속 상승세다. 공급 부족 우려까지 커지면 강남발 상승세는 강북, 경기도 등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공급 확대 신호를 주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신도시(택지개발지구)를 건립할 땅을 찾기가 더 이상 쉽지 않다. 지난해 ‘8·8대책’에서 발표된 그린벨트 해제 역시 보상 문제 등으로 빠른 진척을 기대하기 힘들다. 현실적으로 재건축 속도전이 최선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 완화는 더디기만 하다. 절차를 간소화해 사업 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하는 특례법(재건축 촉진법)은 ‘강남 부자 특혜법’이라는 야당 반대에 막혀 있다. 사업성 제고의 핵심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와 공공기여 축소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 183만 가구 가운데 50만 가구(작년 1월 기준)가 준공 30년을 넘겼다. 네 채 중 한 채가 재건축이 필요한 노후 아파트라는 얘기다. 단기적인 집값 불안 때문에 재건축 규제를 풀지 않겠다는 건 근시안적이다. 재건축을 활성화하면 장기적인 집값 안정과 건설경기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