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어제 교섭단체 대표연설 핵심 단어는 ‘회복’과 ‘성장’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갈등 완화를 위해서라도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 외에 모두가 잘사는 ‘잘사니즘’을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성장 전략으로 인공지능(AI)·바이오·문화·방위산업·에너지·제조업의 영어 단어 첫 글자를 딴 ‘ABCDEF’ 육성도 내세웠다.
이 대표는 성장을 25번 언급했지만, 도처에 자가당착이다. “첨단기술 시대에 장시간 억지 노동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주 4일 근무제를 내세운 것부터 그렇다.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 4일 근로제는 기업 경쟁력 추락을 가져올 게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주 52시간 근로, 대체휴일 확대 등으로 근로시간 감소폭(2008~2023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가장 큰데, 노동생산성은 33위에 그치는 실정이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영세·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엔 날벼락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노동유연화가 필수고, 당장의 과제는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개선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반도체산업에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수용할 것처럼 했다가 노동계와 당내 반발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날 연설에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악화를 우려하면서도 정작 주요인에 대해선 회피하고, 거대 노조가 좋아할 주 4일 근무제를 내세우니 이 역시 모순이다.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더라도 총 노동시간 연장 수단이 되면 안 된다”는 대목은 주 52시간 예외에 부정적 입장으로 들린다. 이렇게 해선 첨단산업 육성은 ‘연목구어’다.
이 대표는 ‘기본사회’도 다시 꺼내 들었다. 기본사회는 결국 나랏빚과 미래세대 부담 증가를 의미하는데, 이율배반적 성장론으로 어떻게 가능하겠나. 이 대표가 주장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팬덤을 동원한 정적 공격에 악용되면서 정쟁 상설화를 가져올 우려도 있다.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한 것도 자칫 대중영합에 의존하면서 대의민주주의를 망가뜨릴 수 있다.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언어유희를 늘어놓으니 진정성을 계속 의심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