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 파렴치 비리에도 "위헌 감사"라며 재 뿌린 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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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27 17:49 수정2025.02.27 17:49 지면A35

감사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10년간 878건의 대규모 채용 부정이 있었다고 어제 발표했다. 21세기 대한민국 국가기구에서 일어났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힘든 황당한 사례가 넘친다.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가족을 합격시키기 위해 다양한 위법·편법을 동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친분 있는 내부 직원으로 시험위원을 구성해 면접 점수를 조작·변조하는 몰염치 행각도 서슴지 않았다.

방만한 조직 운영과 내부통제 부실도 드러났다. 기획재정부와 아무런 협의 없이 1급 고위직을 편법으로 만들어 ‘자리 나눠먹기’ 하다가 적발됐다. 복무기강 해이는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한 지역 선관위 사무국장은 같은 진단서를 반복 사용하고 허위 병가를 셀프 결재하며 8년간 100여 일을 무단결근했다. 해당 기간 중 근무지를 이탈해 다녀온 해외여행만 70여 차례다.

선관위 해명이 더 가관이다. 선관위는 감사관에게 “믿을 만한 사람을 뽑기 위해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다”는 어이없는 변명을 내놨다. “우리는 가족회사다” “선거만 잘 치르면 되지 않으냐”며 쏟아지는 제보와 투서도 무시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건 선관위 비리 발표 당일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을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위법으로 판단한 점이다. 헌재는 독립적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선관위의 공정성·중립성을 훼손한다고 설명했다. 선관위가 헌재에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의 계기가 된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자녀의 특혜 채용 의혹까지 사실로 드러난 판에 동의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비리와 부정이 의심되는데도 모른 척해야 한다는 이상하고 부적절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아무리 헌법기관이라지만 불법을 용인받는 특별 대우는 받을 수 없다. 감사원법에 ‘감찰 대상’으로 명시한 ‘행정기관’은 행정부 소속 기관뿐만 아니라 국가가 부여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모든 기관으로 봐야 한다. 선거 관련 행정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인 선관위도 직무감찰 대상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정의에 부합한다. 헌재마저 선관위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입법 미비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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