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산업재해 문제를 거론하자 정부 부처도 ‘산재와의 전쟁’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모양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잇따라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인천 송도 본사와 하청업체 5곳을 어제 경찰과 함께 압수수색했다. 투입한 근로감독관과 경찰 인력만 70명이 넘는다. 기업들, 특히 사고가 잦은 건설사들은 최악의 경기 악화 속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전방위 압박까지 이어지자 ‘산재 포비아’에 빠졌다.
이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며 산재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재차 비판했다. “관련 법을 개정해서라도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을 반드시 벗어나도록 해야겠다”고도 했다. 오늘 국민보고대회를 여는 국정기획위원회 역시 ‘안전 일터 구현’을 중점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국정기획위는 근로자 1만 명당 0.39명인 우리나라 산재 사고 사망자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29명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당연히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
문제는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방법이다. 제조업과 건설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에게 ‘산재 직보’를 하고 기업에 최대치 제재를 가한다고 해서 사고가 줄어들 것이냐다. 이미 해외에서도 거의 사례가 없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해 경영자를 형사 처벌까지 하고 있지만 사망 사고를 거의 줄이지 못했다. 포스코이앤씨 경영진에 이어 DL건설 임원진이 줄사표를 낸 이후 이들의 전국 공사 현장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라고 한다. 대통령이 직접 산재 발생 회사를 찾아가고 ‘고의 살인’이라는 지적과 면허 취소, 징벌적 손해배상, 대출 불이익을 얘기하는데 어느 기업이 몸을 움츠리지 않을 수 있겠나. 이런 식이라면 반짝 효과는 있을 수 있다. 야간 근무를 없애고 외국인과 고령 근로자 채용을 줄여 사고 발생을 막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멈춰 세우는 방식으로는 결국 도돌이표가 될 수밖에 없다. 산재의 구조적 분석과 함께 기업 안전 투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근본적 해법을 찾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