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초부터 세계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두루 고려해 맞춤형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별 협상과 검토를 거쳐 차등화한 관세율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환율은 물론 수입 정책, 위생 조치 등 미국의 무역적자를 키우는 모든 요소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부가가치세까지 ‘차별적 세금’으로 간주해 문제 삼겠다고 한다.
상호관세가 당장 부과되지 않고, 협상 여지를 남겼다는 점은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상호관세를 즉시 시행하지 않은 것은 협상을 시작하자는 ‘공개 입찰’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포괄적인 비관세 장벽까지 관세 부과 근거로 삼겠다는 것은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도 예외가 되기 어려워 보인다. 당초 FTA로 한·미 교역 품목의 98%가 무관세여서 한국은 상호관세 대상에서 빠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유럽연합(EU)이나 일본, 한국 같은 동맹도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을 콕 집어 지목했다.
당장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를 걸고넘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보자는 최근 “미국 기업 차별은 용납할 수 없다”며 플랫폼 규제를 직격했다. 이외 자동차 배출 인증 절차, 약품 가치 불인정, 인터넷망 사용료 지급 요구,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승인 절차 등도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될 수 있다. 한국이 지난해 말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된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상호관세가 시행되기 전에 미국과의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8번째 무역적자국이지만, 연평균(2017~2020년) 대미 무역흑자액의 96.2%를 미국에 재투자했다. 조선업 부흥을 위한 최적 파트너 등 우리의 경제적·전략적 가치를 부각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일본이 1조달러 투자를 약속하고, 인도가 F-35 전투기 등 무기 수입을 늘리기로 한 것처럼 미국에 선물을 주면서 실익을 얻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 대행 체제라고 손 놓고 있다가는 감당 못할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