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귀 땐 0명, 아니면 2천명”… 소위 ‘과학적 추계’의 허망한 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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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7일 발표했다.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이달 말까지 전원 복귀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정부의 의료 개혁 핵심 과제인 의대 증원 정책 시행 1년 만에 의료계 단체 행동에 밀려 백기를 든 셈이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2000명 증원하고, 이후 의대 정원은 향후 설치될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원점 회귀 결정은 학생들 복귀 없이는 의대 교육 정상화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새 학기가 되도록 휴학생 복귀율은 저조하고 신입생들까지 휴학에 동참하면서 수업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전국 40개 의대 학장들과 총장들은 학생들을 최대한 설득할 수 있도록 내년도 증원 동결을 건의했다. 교육부는 이 건의를 수용하면서도 흥정하듯 ‘복귀 않으면 증원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학생들 복귀 여부에 따라 0명도 되고 2000명도 된다니 증원 규모는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라 과학적 추계에 따른 것’이라는 그간의 주장이 빈말임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

설사 학생들 복귀가 불발돼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할 경우 감당할 자신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교육부는 당장 휴학생에 신입생까지 2개 학년 규모로 불어난 예과 1학년 수업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이날 소개한 교육 시안에는 2024학번 학생들에 한해 6년 과정을 5.5년으로 단축하는 안이 담겼다. 교육시설의 밀집도를 완화하고 의사 배출 시기를 분산하기 위해서다. 계절학기를 활용하는 등 전체 학습량은 줄지 않게 한다지만 ‘수의대 6년제, 의대는 5.5년제’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날 발표로 그동안 정원 감축을 요구해 온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의정 갈등 사태는 정부의 섣부른 증원이 촉발했으나 의료계가 정부와의 대화에 성실히 임하지 않은 책임도 있다. 지난해에만 혈세 3조3000억 원을 쏟아붓고도 환자 치료가 늦어지고 의료 체계가 마비되고 있다. 정부의 대책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일단 복귀해 피해 최소화 방안을 주도적으로 모색하기 바란다. 국회도 정부의 정원 동결 약속을 신뢰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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