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한국을 국빈 방문한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원자력 발전과 과학기술 등 10개 분야의 양해각서(MOU) 체결에 이어 23개 합의 사항을 담은 ‘한-베트남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또럼은 국가주석을 맡아오다 지난해 8월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에 오른 인물이다. 베트남의 실질적 최고 지도자인 당 서기장의 방한은 11년 만이다. 실용 외교를 내세운 새 정부가 출범 67일 만에 첫 국빈 초청 대상으로 베트남을 선택할 만큼 양국 관계 강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국’이자 미국 다음으로 많은 무역흑자를 안겨주는 나라다. 양국의 지난해 교역액은 전년에 비해 10% 가까이 증가한 867억달러(약 120조원)였다. 삼성, LG 등 1만 개가 넘는 우리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베트남 입장에서도 한국은 최대 투자국이자 3위 수출국이다. 지난해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457만 명으로 단연 1위다. 경제적으로는 이미 양국이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파트너가 됐다.
이날 회담에서는 2030년까지 양국 교역 규모를 1500억달러로 확대하고, 방산·원전·고속철도·신도시 개발 등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자원 부국이자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베트남과의 협력 강화는 우리에게도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미국발(發) 보호무역 태풍 속에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시장으로의 접근성 확대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지상과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지정학적 갈등이 커진 이때,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는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한국은 지난해 아세안과 최고 수준의 협력 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바 있다. 이를 실질적인 관계 강화로 심화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은 이를 위한 든든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양국 관계가 경제를 넘어 모든 분야에서 ‘순망치한’의 이웃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