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관이 수장 겸직하는 선관위, 62년 낡은 지배구조 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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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03 17:39 수정2025.03.03 17:39 지면A31

깨끗하고 투명해야 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는 ‘비리 복마전’으로 전락했다는 얘기가 나올 지경이다. 선관위 간부들이 자녀와 친인척을 특혜 채용했다가 적발된 게 10년간 878건에 이르고,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원장은 이른바 ‘세컨드폰’을 사용해 선거 관리 대상인 정치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선관위가 어떤 기관의 통제나 견제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의 감사에 대해 “선관위는 헌법기관이므로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한 여파다.

헌재의 이런 판단 바탕엔 법관이 장(長)을 겸직하는 선관위 지배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관위원장은 1963년 선관위 설립 이후 관행적으로 대법관이 맡고 있다.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 3명의 선관위원을 임명하고 선관위원장은 9명의 선관위원 중 호선을 통해 뽑게 돼 있지만 이제껏 제대로 호선을 진행한 적이 없다. 하부 체계도 마찬가지다. 시·도 선관위원장은 지방법원장이, 시·군·구 선관위원장은 지원장이나 지방법원 판사가 겸직하고 있다.

각 급 선관위원장을 지낸 법관은 헌법재판관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적잖다. 지금 8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6명이 시·도 선관위원장 출신이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진주시, 김형두 재판관은 강릉시, 정계선 재판관은 음성군 선관위원장을 지냈다. 이렇다 보니 ‘팔이 안쪽으로 굽는’ 것처럼 헌재가 감사원의 비리 적발에도 선관위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5년간 부정선거 소송에서 선관위가 150전 150승한 것도 현직 법관이 선관위 최상층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미 2년 전 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임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62년 전 만들어져 시대에 뒤떨어진 선관위 제도를 이제는 확실히 뜯어고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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