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방아쇠를 당긴 무역전쟁에 대응해 정부가 ‘범정부 비상 수출대책’을 내놨다.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이 예고되는 등 수출 전선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두 달 뒤면 쇼크가 닥칠 철강·알루미늄·자동차 수출에 대한 대응책이 빠져 있고, 나머지 대책들도 기존 정책의 포장만 바꾼 수준이어서 역대급 수출 쇼크를 이겨내는 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 정부가 다음 달 12일부터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힌 철강 및 알루미늄, 4월 초부터 관세를 매긴다는 자동차 수출과 관련한 대비책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관세 조치가 아직 가시화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의 대미 최대 수출 품목이자, 수출 절반을 미국에 의존하는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타격이 본격화될 때쯤이면 이미 대책을 세울 수 없을 만큼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무관세 대미 수출을 기대하고 미국과 국경을 접한 캐나다, 멕시코로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돕기 위한 ‘유턴 대책’도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올해 관련 예산 전체 규모가 1045억 원에 불과해 투자 규모가 큰 자동차, 가전 기업을 국내로 끌어들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과거 유턴 정책의 성과를 봤을 때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에 보조금을 일부 확대하고, 세금을 조금 깎아주는 정도로는 거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수출 바우처 예산’ 2400억 원의 90% 이상을 상반기에 쓰겠다고 한다. 하반기에 지원이 축소되거나, 끊긴다면 정부를 믿고 수출을 늘린 기업은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는 비상 상황 극복, 수출 상승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백화점식 대책에선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는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다. 여야정이 논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에서 수출 지원 예산을 대폭 보강하는 등 닥쳐 오는 무역전쟁에 대비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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