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동안 비상 진료 체계를 가동해 의료 공백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의 암 수술 건수가 20∼30% 줄었다. 장기 이식 수술이 35% 줄어든 곳도 있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진 환자 수가 의료 공백 초기 6개월간 3000명이 넘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마저도 정부가 지난해 예비비와 건강보험 재정에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까지 끌어다 3조3000억 원을 투입한 결과다. 최근 중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가 정부 지원금 9억 원이 없어 문을 닫을 뻔했다. 혈세는 혈세대로 쓰면서 환자 치료도 제대로 못 하니 이런 엉터리 정책이 어디에 있겠나.
올해 들어 정부가 의정 갈등 사태에 사과하고 강경했던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교체된 후로도 의정 간 대화는 교착상태에 빠진 그대로다. 정부와 협상이 여의치 않자 의협은 17일 국회를 찾았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정부는 “돌아오라” 하고 의사들은 “명분을 달라”는 말을 1년 넘게 되풀이하고 있다. 일을 벌여놓고 수습 못 하는 정부도 문제지만 의료 개혁에 대한 대안 없이 복귀할 명분만 요구하는 의사단체도 무책임하다. 국민을 대표해 의정 간 이견을 조율해야 할 국회는 “적극 나서겠다”는 말뿐이다.
당장 새 학기가 되면 의대 과밀화로 수업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첫해 증원된 학생도 감당하지 못해 의대 3곳이 교육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올해도 복귀를 거부하면 내년에는 1학년의 경우 3개 학년 학생이 한꺼번에 수업을 받아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지난해 전국 11개 국립대병원 적자가 5700억 원이다. 정부 지원이 한계에 이르면 지방 대학 병원들부터 문 닫는 곳이 나온다. 맨 먼저 2026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정해야 한다. 입시와 의대 개강 일정을 감안하면 데드라인은 이달 말이다. 합리적인 숫자가 나와야 전공의와 휴학생들도 돌아올 것이다.-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