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시 자정 나선 선관위… 또 흉내만 내선 외부의 ‘철퇴’ 맞을 것

1 week ago 6
직원들의 자녀를 조직적으로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외부 인사 중심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직 정화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앞서 감사원은 선관위 경력 채용 과정에서 878건의 규정 위반이 있었다는 등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헌법재판소는 감사원이 선관위를 직무감찰할 권한이 없다고 결정했다. 이에 선관위의 부조리를 막기 위한 감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관위는 약 2년 전인 2023년 5월 고위 간부 자녀의 부정 채용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도 자체 특별감사에 나선 적이 있지만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의 전모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이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것을 놓고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해 5월 구성한 조직·인사 개선 추진 기구에는 내부 인력만 참여했다. 혁신 의지가 의심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다가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자 다시 한번 자정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감사를 통해 드러난 선관위의 민낯은 충격적이다. 중앙선관위는 ‘특혜 채용이 있었다’는 투서를 받고도 조사조차 하지 않았고, 동료의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해 직원들이 면접 점수까지 조작한 사례도 있었다. 채용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김세환 전 사무총장은 재임 시절 ‘세컨드 폰’을 만들어 정치인들과 연락했고, 퇴임 뒤에는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참여해 경선을 치렀다.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선관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선 결연한 자기 쇄신이 불가피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선관위는 가족회사’, ‘선거만 잘 치르면 된다’는 왜곡된 조직 문화부터 뿌리째 갈아엎어야 할 것이다. 헌재가 밝혔듯이 선관위가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서 배제됐다고 해서 결코 부패의 성역으로 인정된다는 건 아니다. 선관위 스스로 비리의 싹을 잘라내지 못한다면 수사나 국정조사 같은 외부의 ‘칼날’을 통해 환부를 도려내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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