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수도권에선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은 직매립이 금지되고 소각해 재를 묻어야 한다. 하지만 소각장 추가 설치가 필요한 서울 인천 등 수도권 10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지금까지 단 한 곳도 소각장을 짓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5년 전 수도권은 2026년, 나머지 지역은 2030년부터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를 매립 대신 소각하도록 폐기물관리법 시행 규칙을 개정했다. 수도권 매립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도입한 제도인데 소각장 건립이 지연되며 생활쓰레기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에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을 짓기로 했으나 이에 반발하는 주민들과 법정 다툼이 벌어지며 사업이 중단됐다. 행정소송에서 승소한다 해도 실제 가동 시점은 2030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시는 서구 청라 소각장을 내년까지만 운영하고 폐쇄할 예정이다. 이를 대체할 예비 후보지 5곳을 추렸지만 주민 반대가 극심하다. 경기 김포, 광주, 고양, 부천 등도 주민 반대로 소각장 건립 일정이 불투명하다. 2030년부터 직매립이 금지되는 지방 시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소각장 건립이 늦어지면 서울 인천 경기 지역에서 매립됐던 하루 1t 트럭 약 1900대 분량의 생활쓰레기가 갈 곳이 없어진다. 2018년 중국 필리핀 등이 플라스틱 비닐 등 재활용 수입을 줄이자 재활용품 수거가 중단되며 아파트 단지에 120만 t의 쓰레기가 쌓인 ‘쓰레기 대란’이 재발할 수도 있다.
소각장 신설이 어려워지자 지자체는 직매립 금지 시행 유예를 요청했고, 환경부도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며 사실상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피 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을 반기는 주민은 없다. 시도 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광역 단위 소각장 설치도 번번이 무산됐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지자체 고유 업무”라며 지자체 간 갈등 조정에 소극적이다. 직매립 금지는 규제부터 만들고 보는 환경부의 무능, 주민 설득에 뒷짐 진 지자체의 무책임, 주민들의 님비(NIMBY)가 맞물린 정책 실패의 사례로 남을 것이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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