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급발진…'마은혁 선고' 연기로 혼란 자초한 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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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03 17:40 수정2025.02.03 17:40 지면A31

헌법재판소가 어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야당 추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한 위헌 여부 선고를 연기했다. 헌재는 연기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우원식 국회의장이 낸 권한쟁의심판의 변론을 오는 10일 재개하겠다고 했다. 헌재가 예정된 선고를 불과 2시간 앞두고 연기를 발표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헌재가 지난달 3일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접수한 뒤 선고 연기 결정까지 과정을 보면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숱한 절차적 논란에도 한 달 만에 초고속 결론을 내겠다고 한 것부터 그렇다. 사건을 접수한 뒤 변론기일은 한 차례만 열었고, 그것도 1시간20분 만에 종결하고 이틀 뒤 선고기일을 못 박아 버렸다. 최 권한대행 측의 추가 증인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고 변론 재개 신청은 기각했다. 시한에 쫓기듯 졸속에 무리수를 거듭하더니 돌연 선고를 연기하겠다고 하니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다.

일의 순서를 따져봐도 공정성 논란을 살 만하다. 헌재엔 마 후보자 건보다 먼저 접수된 탄핵소추안 9건이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 건을 제외하고 모두 제자리걸음이다. 국정 중요도를 따지자면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안과 가결정족수 문제부터 결론을 내는 게 타당하다. 한 권한대행 건보다 ‘대행의 대행 위헌’ 여부를 먼저 가리는 것은 선후가 뒤바뀌었다. 그런데도 헌재가 마 후보자 건부터 서둘러 처리하겠다고 하니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높이려고 이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마 후보자를 둘러싼 절차적 흠결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한다면서도 권한쟁의심판 청구 때 표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 선출 권한은 국회의장이 아니라 국회라는 점에서 그런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일부 재판관의 좌 편향 시비가 거세 헌재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최고 권위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게다가 단심(單審)으로 끝낸다. 그만큼 헌법재판관의 신중하고 공정한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파색이 조금이라도 끼어든다면 헌재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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