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금이라도 국민연금 개혁에 한목소리를 내는 건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엊그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달 중 모수개혁 입법’ 제안에 “조금 더 손쉽게 될 수 있다면 모수개혁부터 먼저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모수 조정을 통해 18년 만에 연금 개혁에 나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소득대체율을 놓고선 42~44%에서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9월 정부는 보험료율을 13%까지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42%로 유지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13% 인상과 함께 소득대체율을 44%로 올리는 안을 고집하고 있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 반발을 의식해 소득대체율도 어느 정도 높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여야가 연금 개혁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한 마당에 ‘2%포인트’ 소득대체율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건 누가 봐도 ‘자존심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득대체율 문제는 ‘퇴직 후 재고용’ 등을 통해 연금 납입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연금연구회에 따르면 현재 59세인 연금 의무 납입 연령을 5년 더 늘리면 소득대체율이 5%포인트 높아진다. 기초연금과 연계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안도 있다.
연금 개혁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시급한 현안이다. 보험료율이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국민연금은 2041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56년 고갈된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다 보니 연금 개혁이 하루 늦어지면 매일 885억원의 적자가 불어난다. 이 대표는 “여당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새로운 조건을 걸어서 무산시키는 태도를 보여 왔는데, 연금 개혁은 그리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하는데,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어진 연금 개혁 논의 과정을 곱씹어보면 민주당이 할 말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여야가 합의한 보험료율 인상부터 처리하고 가는 게 당연하다. 그러고도 부족한 부분은 다른 모수 조정과 함께 기초연금과의 연계 등을 통한 구조개혁으로 보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은 국민연금의 항구적인 존속과 국민의 신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