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사 초등생 살해 사건, 교육계 무사안일과 관료주의도 따져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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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11 17:37 수정2025.02.11 17:37 지면A31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정신 병력이 있는 교사가 1학년 여학생을 흉기로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터졌다. 이 교사는 “수업에서 배제돼 짜증이 났다” “어떤 아이든 살해하고 함께 죽으려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흉악범죄자나 다름없는 심리 상태의 교사가 수십 년간 교육 현장을 누비다가 참혹한 살인까지 저질렀다니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다.

한국 사회가 교육에 기대하는 최소한의 합리성과 상식의 부재가 확인된다. 우울증을 앓던 이 교사는 작년 12월 6일 ‘6개월 질병 휴직’에 들어갔지만 그달 30일 바로 복직했다. ‘6개월 치료가 필요하다’던 병원 진단서가 불과 20여 일 만에 ‘일상생활 지장 없음’으로 바뀐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힘들다. 교육당국이 복직의 적절성을 조금만 면밀히 들여다보고 주의를 기울였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문제의 교사는 동료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한 일로 살인 범행 당일 오전 교육당국의 현장 조사까지 받았다. 이때도 장학사 2명과 학교는 당사자를 직접 조사하지 않은 채 ‘학생들과의 분리’를 권고하는 데 그쳤다. ‘해당 교사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여서 대면조사를 생략했다지만 무책임 행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교사들의 반응도 실망스럽다. “화나고 슬퍼서 잠을 못 잤다” “가슴이 쿵쾅거린다”는 학부모 사연이 쏟아지는데도 일부 교사는 남 탓을 앞세웠다. 교사 커뮤니티에는 ‘정신질환은 학부모의 악랄하고 상습적인 민원 때문’이라며 살인 교사를 감싸는 반응도 적잖다. 교육단체도 마찬가지다. 전교조는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학교가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냈다. 자성은 안 보이고, 마치 교육과 무관한 제3기관의 논평을 듣는 듯하다.

교육 현장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초유의 사태라는 점에서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파악도 필수다. 대전에선 질환 교사에게 교육감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가 최근 4년 넘게 열리지 않았다. 막 출범한 늘봄·돌봄교육 전반의 위험 요인도 돌아봐야 한다. ‘묻지 마 범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진교육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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