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이 지난해 말 올해 정부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한 여파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당초 정부는 677조4000억원 규모의 2025년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4조1000억원 줄인 예산안을 지난해 12월 10일 단독 처리했다. 정부와 여당이 부작용을 우려하며 막판 증액안까지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 1조원 확대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기어이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을 강행 처리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영일만 심해가스전 시추 예산은 505억원에서 8억3700만원으로 줄었다. 첫 시추 작업에 필요한 1000억원가량을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절반씩 대기로 했지만, 정부 예산이 잘려 전액 석유공사가 부담하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자본 잠식 상태인 석유공사로선 자금 조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검찰에선 507억원의 특정업무경비와 80억원의 특수활동비가 전액 삭감돼 고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엔 “특경비는 주요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지방 출장을 가면 경비를 보조하고 수사 활동 간 단합 도모 차원에서 점심 식사라도 함께하는 제반 비용으로 활용된다. 예산 삭감은 주 1회 점심 식사도 같이 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와 있다.
사정이 가장 딱한 곳은 서울 삼청동 인근 정부 건물에 입주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인 것 같다. 운영 경비 3억3000만원이 전액 삭감돼 올해 1월부터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을 내지 못하고 있다. 청소 용역비가 없어 20여 명의 직원이 각자 집에서 쓰레기봉투를 갖고 와 쓰레기를 버리고, 화장실 청결 유지가 어려워지자 직원들이 인근 공원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예비비가 2조4000억원이나 삭감돼 앞으로 대규모 재해와 재난 대응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걱정도 커지고 있다. 터무니없게 삭감된 예산은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예산은 경기 회복을 위해 이르면 이달 편성될 추가경정예산에서 복구시켜야 한다. 민주당의 책임이 크고도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