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자지구 점령하겠다는 트럼프…영토·주권까지 위협받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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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05 17:07 수정2025.02.05 17:07 지면A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미국이 점령(takeover)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면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현장의 무기 해제를 책임지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 공급해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거주 중인 팔레스타인 주민 220만여 명을 인근 이슬람 국가로 강제 이주시키고, 필요하면 현지에 미군을 파견하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이다. 현재 미국의 중재로 전쟁이 중단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점령 주장에 중동 국가들은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중동 국가는 ‘가자 주민 강제 이주’를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즉각 반대 성명을 내놓았다.

가자지구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편입을 주장한 그린란드나 파나마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국제 정세에 미치는 파장이 큰 지역이다. 주요 중동 국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자칫 잘못하면 중동 전체가 미국을 적으로 돌릴 수 있다. 트럼프가 이 모든 파장을 예상하면서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중동에서 미국의 위상과 입지를 확실하게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마피아식 매드맨 전술’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상대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을 요구해 겁을 준 뒤, 막후 협상을 통해 실리를 챙기는 것이 골자다. 전 정권 때의 약속은 물론 국제법과 국제협약을 무시하는 것도 예사다. 미국의 중범죄자와 중죄를 지은 불법 이민자를 ‘닭장 감옥’으로 유명한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이송하는 방안까지 논의할 정도로 전례 없는 파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힘이 없으면 영토와 주권을 지키기 힘든 약육강식의 시대가 찾아왔다. 우리가 알던 ‘신사적인 미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 궐위로 협상력이 떨어진 한국으로선 첩첩산중 형국이다. 하나 분명한 건 전통적인 대미 외교 전략으로 트럼프 정부를 상대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미 외교 전략을 제로베이스에서 촘촘히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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