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상법 개정 강행… 李 ‘잘사니즘’ ‘친기업’은 빈말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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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기업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상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경제계와 정부·여당의 반발에도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이다. 함께 추진해 온 집중투표제 등은 보류하고 ‘주주 충실 의무’에 핀포인트하는 식으로 입법 속도를 높여 이르면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게 민주당 방침이다.

경제계는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되면 주주가 이사에게 직접 책임을 추궁할 수 있어 소송이 남발되고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며 줄곧 반대해 왔다. 개인 투자자부터 행동주의 펀드까지 이해관계가 제각각이고 상충할 때도 많은데, 다양한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다 보면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경영 전반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최근 매출 600대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기업 절반이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투자와 인수합병이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상법 개정을 철회해 달라는 경계제의 호소와 성명서, 건의문만 수십 차례 있었다. 지난해 11월 삼성 SK 현대차 등 16개 그룹 사장단이 이례적으로 긴급 성명을 내고 상법 개정 중단을 요구했고,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는 23, 24일 연속으로 공동 입장문을 내고 개정안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주재로 지난해 말 토론회까지 열어 경제계 의견을 경청하는 듯하더니,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자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쪼개기 상장이나 합병 비율 문제로 개미 투자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지만, 이는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해 100만여 개 기업에 영향을 주는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고치면 될 일이다.

이 대표도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를 찾아 “합리적으로 핀셋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시행되면 굳이 상법 개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연일 ‘잘사니즘’ ‘친기업’ ‘성장 우선’을 강조하는 이 대표가 또 말을 바꿔 상법 개정을 강행하니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몰아치는 ‘트럼프 스톰’과 극심한 내수 침체로 살얼음판을 걷는 기업들에 상법 족쇄까지 채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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