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확정했거나 예고한 5개 품목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지난해 523억 달러(약 76조 원)에 달한다. 전체 대미 수출의 41%가 ‘관세 폭탄’ 사정권에 든 것이어서 한국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철강 수출에서 미국은 물량 기준 3위, 금액 기준 1위에 해당하는 핵심 시장이다. 그동안 쿼터로 수출 물량을 제한받는 대신 관세를 면제받았는데, 앞으로 25% 관세가 일률적으로 적용돼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됐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철강 관세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 우려된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미국 수출 품목 1, 2위로 전체 대미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자동차는 전체 수출의 절반을 미국에서 올리고 있고,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대미 수출이 처음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가 “20%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최대 19%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배경이다.
관세를 무기로 한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범위와 강도를 더하면서 세계 각국은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분주하다. 호주는 정상 간 통화를 통해 철강·알루미늄 관세 예외 약속을 받아냈고, 반도체 관세를 우려하는 대만은 고위 경제 관료들을 미국에 파견할 예정이다. 계엄·탄핵 정국 속에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고 있지만 우리도 최고위급 접촉을 통해 물밑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트럼프 1기 출범 이후 한국이 미국 내에서 8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 고용 창출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해온 국가라는 사실을 널리 알려 우리가 미국 제조업 부활의 파트너임을 설득해야 한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고 조선과 방산, 원전, 반도체 등에서 트럼프 정부가 거절하지 못할 ‘윈윈’의 거래를 제시하는 것도 시급하다. ‘수출 한국호’가 트럼프 폭풍에 무방비로 좌초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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