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車·반도체까지 확대되는 트럼프 관세…한·미 FTA 무용지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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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11 17:37 수정2025.02.11 17:37 지면A31

‘트럼프발 관세폭탄’이 현실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한국은 트럼프 1기 때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수출 쿼터 물량(연간 263만t)에 무관세 적용을 받아 온 만큼 이번에도 예외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희망고문으로 판명났다. 백악관은 3월 12일부터 부과될 관세 대상국에 한국이 포함된다고 못 박았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앞에서 동맹과 자유무역협정(FTA)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준 조치다. 트럼프는 형제국이나 다를 바 없는 캐나다와 무역협정(USMCA)을 체결한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매기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가 한 달 유예하기로 한 바 있는데, 미국에 무역수지 흑자를 보는 나라에는 동맹 여부를 따지지 않고 관세를 무기로 쓰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호주가 철강 관세에서 제외된 것은 동맹이어서가 아니라 대미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트럼프의 요구로 2018년 한·미 FTA까지 개정했지만 여기에만 기대선 관세폭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당시 협상에선 자동차 연비·온실가스 기준 설정 때 미국 규정을 고려해 한국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미국 차량의 수출 물량을 2만5000대에서 5만 대로 확대하고,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 등에서도 미국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트럼프는 철강뿐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에도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우리 수출과 경제의 핵심이다. 지난해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와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각각 27%, 8%에 이른다. 자동차와 반도체의 미국 수출이 급감하면 그 여파는 재앙적 수준이 될 수 있다. 당장은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려 대미 흑자를 줄이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면서 중장기적으론 기술 경쟁력을 높여 관세 인상에도 견딜 수 있는 초격차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수출 한국호’가 트럼프 집권 초기부터 높은 파도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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