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관세 및 무역 협상에서 농축산물 수입 확대가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한국에 쌀 시장 개방 확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 감자 등 유전자변형작물(LMO) 수입 허용, 사과 등 과일 검역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축산물, 특히 쌀과 소고기 수입 확대는 사회적·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농민 반대가 심하고 여론도 찬성 쪽이 높지 않다.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와 광우병 촛불 집회 기억도 또렷하다. 이런 이유로 쌀은 지금까지 시장을 완전히 열지 않은 대표 작물이다. 현재 한국은 연간 40여만t의 쌀을 미국 등 5개국에서 5%의 낮은 관세율로 의무 수입하고 있다. 연간 국내 생산량 370만여t의 11% 정도다. 미국의 쿼터는 13만2000여t이지만 쿼터 초과 물량에는 513%의 높은 관세가 부과돼 사실상 수입이 금지돼 있다.
소고기는 쌀에 비해선 수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관세율도 대폭 낮아져 미국산에는 올해 5.3%, 내년 0%가 적용된다. 다만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미국산은 30개월령 미만만 수입하고 있다. 호주 등 광우병 청정국에서 수입하는 소고기는 월령 제한이 없다. 미국이 문제 삼는 대목이다.
미국과 협상에 나서는 통상당국은 영국과 베트남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 등을 결정했고 반대급부로 자동차는 10%, 철강은 무관세를 얻어냈다. 베트남은 농산물을 포함해 모든 미국산 제품에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하고, 대신 미국이 부과하는 상호관세율을 46%에서 20%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제 한국도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더 이상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지 않고선 25% 이상으로 예고된 ‘트럼프 관세 폭탄’을 피해 갈 방법이 없다. 농가 보호도 필요하지만 제조업 등 한국을 지탱하는 산업 전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농가 피해는 과거 자유무역협정(FTA) 구제 제도 등을 참고해 적절한 보상 방안을 마련하는 게 가능하다. 앞서 노무현 정부도 농민과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익을 위해 한·미 FTA 체결이라는 대승적 결단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