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관보에 난 관세 유예 품목조차 제대로 분석 못 한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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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 투하가 현실로 다가왔지만, 한국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이 관세에 노출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가 유예된다고 했지만, 미국 정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관보 내용은 정부의 설명과는 달랐다. 우리 기업들이 정확한 정보도 모른 채 맨몸으로 관세 폭격에 내던져진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 관세 관련 ‘이행지침’에 따라 범퍼·차체·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 가전 부품 및 항공기 부품 등에 대해 관세 적용이 유예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침을 동아일보가 확인해 보니 관세가 유예되는 자동차 부품은 알루미늄이 들어간 5개 품목뿐이었다. 대미 수출 자동차 부품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정부는 나머지 품목의 유예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는 미국과 한국의 분류 체계가 달라 확인이 힘들다며 추가로 조사하겠다는 해명만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 이후 국가별·품목별 관세, 상호 관세 등 각종 관세 폭탄을 동시에 투하하고 있다. 반도체지원법을 폐지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들이 사정권에 들어 있지만, 미국이 시행 직전에 관세를 유예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불확실성을 극대화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이른바 트럼프 식 ‘광인전략’인데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는 불가능하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정작 정부는 기본적인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다.

미국이 한꺼번에 쏘아올린 관세 폭탄에 전 세계는 ‘R(리세션)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관세 전쟁이 물가를 올리고 무역과 소비를 위축시켜 세계 경제를 초토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대응해 세계 각국은 정상들이 직접 나서 국가 차원의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은 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 구체적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관세 부과 이후 시장 영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미국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해 협상 전략을 세우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관세 폭풍 속으로 기업들을 아무 준비 없이 밀어 넣는다면 한국 경제는 난파선 신세를 면하기 힘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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