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국회 방문 때마다 으레 보이던 야당 의원들의 야유나 피켓 시위는 없었다. 이 대통령이 연설 뒤 국민의힘 의원들 쪽으로 먼저 다가가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기립했고, 이 대통령은 이들 40여 명과 악수했다. 일단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하는 대신 서로 최소한의 예의는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여야의 추경안 처리가 순조로울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당장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 연설 뒤 전 국민 대상 소비쿠폰 지급을 “빚내서 뿌리는 당선사례금”이라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런 국민의힘도 대선 때 30조 원 추경을 공약했고 1차 추경 당시 ‘추경은 타이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야당에 추가로 필요한 예산 항목 관련 의견을 달라고 밝혔으니 여야가 협상을 통해 보완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추경안을 심사할 예결위원장 및 법사위원장 등 공석인 국회 상임위원장 5곳 배분을 둘러싼 여야 대치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여당은 오늘이라도 본회의를 열고 예결위와 법사위 등 일부 위원장 선출을 강행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럴 경우 여야가 또다시 충돌로 치달으며 추경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0%대 성장률 전망 속에 수출 소비 투자 할 것 없이 모두 가라앉는 위기를 넘어서려면 경제 가뭄 해소를 위한 마중물인 추경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여당은 일방 독주를 자제하며 야당의 합리적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고, 야당은 세부 이견에 지나치게 매달리기보다 추경 필요성의 대승적 관점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경제와 민생엔 여야가 없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 정쟁은 잠시 접고 추경이 실기하지 않도록 정치력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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