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사과는 이번에도 포괄적 유감 표명 수준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 계엄 직후 국회 탄핵소추 표결을 앞두고 각각 “불안과 불편을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12월 7일) “짧은 시간이지만 놀라고 불안했을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12일)고 했지만 이후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비상계엄 이후 국가적 손실과 국민적 상처에 비춰 보면 자성과 뉘우침은 여전히 미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변론 과정에서 국회 봉쇄와 정치인 체포 지시를 뒷받침하는 많은 증언과 정황이 나왔는데도,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줄탄핵과 입법 폭주’ 등을 예로 들어 시종 ‘야당 탓’을 하며 “제왕적 거대야당의 폭주가 대한민국 존립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이 전시·사변에 준하는 비상사태가 아니냐는 강변이었다.
앞서 국회 측은 “피청구인은 대한민국 헌법 위에 군림하고자 했고, 우리는 이것을 ‘독재’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피와 목숨을 바쳐 지켜온 민주 헌정질서를 무참하게 짓밟았다”며 대통령 파면이 국민, 헌법, 역사의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헌법과 법률 위반의 중대성 면에서 과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례보다 훨씬 무거우며 미래에도 그런 중대한 위반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복귀해서 제2, 제3의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나” “광인에게 다시 운전대를 맡길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그간 윤 대통령은 모두 11차례 변론기일 중 8차례나 출석하며 사실상 탄핵심판 변론을 진두지휘했다. 일부 증인에 대해선 직접 신문에 나서기도 했다. 헌정사 세 번째 탄핵심판대에 선 대통령으로서 두 전직 대통령과는 달랐던 이런 모습은 지지층 결집을 위한 여론전이기도 했다. 그사이 “끝까지 싸우겠다”는 윤 대통령을 두고 우리 사회는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렸고, 극렬 지지 세력의 폭력적인 법원 난입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에게서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약속은 물론이고 지지 세력을 향해 승복을 당부하는 발언조차 없었던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대신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다” “엄동설한에 저를 지키겠다며 거리로 나선 국민들을 봤다”며 지지 세력을 두둔하는 발언도 했다.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개헌과 정치개혁, 국민통합을 언급했지만 그건 직무 복귀를 전제로 한 막연한 메시지였다.
헌재는 윤 대통령의 최종 진술을 마지막으로 변론을 종결하고 재판관 평의를 거쳐 선고를 내린다. 12·3 비상계엄은 40여 년 전 독재정권의 망령을 떠올린 국민 마음에 큰 충격과 공포를 던진 것은 물론 국정 리더십 공백과 국가 신인도 하락에 따른 국격의 추락, 나아가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켰다. 이제 국민은 기다리고 있다. 민주주의 역사를 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내다보며 국가적 상처를 치유하는 헌재의 결정이 나와야 한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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