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어제도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및 석방과 관련해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며 한 치 양보 없는 설전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이번 구속 취소 결정을 계기로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청구도 당연히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석방과 탄핵 심판은 별개 사안인 만큼 헌재가 신속히 탄핵을 선고해야 한다고 맞섰다. 트럼프발 ‘퍼펙트 스톰’이란 위기 앞에서도 여야가 탄핵을 놓고 정면충돌하는 모습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헌재가 졸속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 향후 감당할 수 없는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며 헌재를 압박했다. 국민의힘 나경원·윤상현·김기현·추경호·장동혁 의원 등도 각자 SNS를 통해 윤 대통령 탄핵안의 각하 또는 기각을 일제히 요구했다. 이번 구속 취소 결정은 윤 대통령 형사재판에서의 절차상 하자를 지적한 것이어서 비상계엄 선포와 실행 과정에서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 여부를 따지는 탄핵 심판과는 구분된다. 그런 만큼 여당은 더 이상 흥분하지 말고 산적한 국정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것이 책임 있는 여당의 자세다.
민주당도 더 이상 논란을 자초할 주장은 자제해야 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석방한 검찰을 맹비난하면서 탄핵 심판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번에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에 의문을 제기한 만큼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가 빠지긴 했지만 헌재도 소추안의 적합성을 제대로 따져볼 필요는 있다. 이재명 대표는 검찰의 윤 대통령 석방과 관련해 “일정한 의도에 따른 기획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고, 박찬대 원내대표는 “심우정 총장은 즉각 사퇴해야 하며, 이를 거부한다면 탄핵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또다시 탄핵 운운하며 검찰을 길들이려 한다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29번 탄핵안을 발의한 거야가 기어코 30번을 채우려 한다면 국민적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여야는 오늘 예정된 국정협의회에서 추경·연금개혁 등 국정 현안의 심도 있는 논의를 반드시 이어가야 할 것이다. 탄핵 심판은 헌재에 맡기고 여야 모두 각자 할 일을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