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경찰은 배제하고 검사가 직접 신문하라”며 조사를 거부해 파행이 빚어졌다. 출석 전부터 ‘비공개가 아니면 응할 수 없다’며 억지를 부리더니, 조사받는 도중에 피의자가 조사 담당자 교체를 요구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인 것이다.
지하 주차장을 통해 서울고검에 마련된 조사실로 들어가게 해달라던 윤 전 대통령은 28일 1층으로 들어갔다. 특검이 지하 주차장을 봉쇄해 버리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개 소환됐을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 책임자였다. 윤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돼 수사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후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그런데도 자신만은 예외라는 태도다.
출석 과정에서 사과나 반성의 말이 일절 없었던 점도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달랐다. 모여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든 것도 마찬가지다. 전 국민이 불법 계엄을 지켜봤고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는데도 본인은 잘못이 없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윤 전 대통령은 체포 방해 혐의에 대한 신문을 경찰청 박창환 총경이 맡았다는 이유로 3시간가량 조사를 거부했다. 1월 체포영장 집행 당시 박 총경이 “불법체포를 지휘”했으므로 “가해자가 피해자를 조사”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놓았지만, 궤변에 불과하다. 오히려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게 불법이고, 이를 지시한 자신이 가해자가 아닌가. 이런 이유로 조사 담당자를 바꿔 달라는 것은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못 할 일이다. 윤 전 대통령이 검사 시절 이런 피의자를 만났으면 뭐라고 했겠나.특검은 당초 윤 전 대통령에게 30일 2차 출석을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 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7월 1일 출석하도록 하루 늦춰줬다. 언제까지 조사 방식이나 날짜 같은 곁가지를 물고 늘어지도록 놔둘 순 없다. 앞으로도 수사를 거부하거나 조사받는 시늉만 한다면 특검은 주저 없이 단호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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