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3국 장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관한 확고한 의지를 한목소리로 재확인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 원칙을 못 박았다. 지난달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구가 빠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언급하면서 불거진 불안감을 공식성명으로 잠재웠다는 데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한 뒤 한국이 참여한 첫 국제 안보회의에서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을 고려한 선명한 메시지가 잇달아 나온 점이 주목된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지지하고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힘 또는 강압에 의한 어떠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성명에 명시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기존 입장에서 ‘강압’(coercion)이라는 단어를 추가해 대중 견제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런 외교적 수사가 ‘빈말’에 그칠 가능성엔 항상 대비해야 한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부터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뒤로 밀어내고 러시아와 휴전·종전 협상을 추진하는 ‘힘의 논리’를 신봉하고 있지 않나. 2차 세계대전을 막지 못한 1938년 뮌헨 협정처럼 힘이 담보되지 않은 외교 문서는 순식간에 휴지 조각으로 전락할 뿐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외교가의 화려한 ‘말의 성찬’에만 취해 방심했다가는 크나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늘 열어두고 있는 트럼프의 대북 제재 완화와 핵 군축을 맞바꾸는 ‘스몰 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군사훈련 축소·중단 가능성에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냉혹한 국제질서를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말’이 아니라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