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저가 공세’에 고사 위기… 석유화학만의 문제 아니다

1 week ago 5
국내 에틸렌 생산 능력 3위 업체인 여천NCC가 11일 DL그룹 등 대주주로부터 긴급 자금 지원을 받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부도 위기를 넘겼다. 2017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었던 이 회사는 2022년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 속 적자로 돌아선 뒤 3년째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유동성 위기가 커지자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과 DL그룹은 올해 3월 각각 1000억 원씩 투입한 데 이어 추가로 3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이런 식의 자금 수혈로 언제까지 연명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중국은 2027년까지 에틸렌 생산설비를 지속적으로 확충할 예정이어서 석유화학업계 전반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위기는 석유화학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값싼 중국산 철강이 대량 유입되면서 철강 산업도 수익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포스코의 포항제철소가 지난해 처음 적자를 낸 것이 단적인 예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던 2차전지 산업도 중국산 배터리 공세와 전기차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 밖에도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전국 제조기업 2228곳 중 28%는 중국산 저가 공세로 이미 매출 및 수주에 타격을 입었다고 했고, 42%는 향후 피해를 우려했다. 중국발 충격파가 국내 제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이 중국을 확실하게 앞서는 산업은 반도체가 사실상 유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더구나 업황 사이클에 민감한 반도체 산업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다른 기간산업들이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면 국가 경쟁력의 토대가 흔들릴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주도해 선제적으로 산업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말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올 상반기까지 후속 조치를 약속했지만, 언제 실행될지 감감무소식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과 설비 통합, 친환경·신기술 투자로 산업 체질을 혁신하는 판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깔아야 한다. 시간을 끌다간 산업 재편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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