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중국의 중견 가전회사인 스카이워스와 함께 60만원대 9㎏짜리 드럼세탁기를 생산해 다음달부터 유럽 전역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다른 중국 기업인 오쿠마와는 400L급 2도어 냉장고를 개발해 비슷한 가격에 내놓는다.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한 LG 가전이 메이디, 하이얼 등 중국 기업 제품이 휩쓰는 세계 중저가 가전 시장을 잡기 위해 중국 현지 기업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뛰어든, 일종의 ‘이이제이’ 전략이라고 할 만하다.
LG가 설계, 디자인, 제품 개발을 주도하되 중국 제휴처도 참여시키는 합작 개발 방식(JDM)이라고 한다. 제조원가가 낮은 중국 업체가 제품을 생산하지만, LG 브랜드로 출시하고 애프터서비스(AS)도 LG가 맡는다. 브랜드 파워와 AS 신뢰도를 감안할 때 중국과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는 게 LG 판단이다. 앞으로 에어컨, 건조기 등으로 제품을 확대하고 판매 지역도 중국과 동남아시아, 남미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LG가 글로벌 보급형 가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현지 제휴처를 동원한 것은 사실 불가피한 선택이다. 중저가 시장을 장악하며 덩치를 키운 중국 업체들이 LG와 삼성이 쥐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파이가 큰 대중형 시장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최대 가전기업 메이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조9000억원으로 LG전자 생활가전·TV 부문의 4배 수준이다. 싼 가격에 품질도 괜찮은 제품을 앞세워 중국 본토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가성비 전략’으로 영토를 확장한 뒤 하이엔드 시장까지 접수한 한국의 성공 방정식을 중국 기업들이 따라가고 있다. 어떻게든 큰 시장에서 밀려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최근 세계 최대인 중국 시장 재공략을 발표한 현대자동차·기아와 마찬가지로 ‘중국 가전 천하’ 허물기에 나선 LG 가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