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LP기술 선도력 빛낼 규격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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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가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패널레벨패키징(PLP)을 한발 앞서 확보하고도 규격 때문에 제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하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팬아웃(FO)-PLP를 상용화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율과 생산효율을 극대화할 최적의 기술을 먼저 찾았다. 그러나 반도체 생태계 내 통용 기준 부재로 이 기술 주도권을 잡기는커녕 관련 장비와 소재 업체까지 산업 표준화 적정성을 높일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규격 난립이다. 기존 원형 실리콘 웨이퍼는 300㎜로 통일돼 선순환 공급체계가 안착한 반면, 국내 PLP 패널 규격은 30종이 넘을 정도로 파편화돼 있다. 이로 인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은 매번 고객사의 서로 다른 규격 요구에 맞춰 장비를 뜯어고치고 소재를 개발하느라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탕진하고 있다. 반면, 경쟁자인 대만 TSMC 행보는 무서울 정도로 치밀하다. TSMC는 하이엔드급 패널 크기를 '310×310㎜'로 일찌감치 낙점하고 파일롯 라인을 가동하며 관련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들어가고 있다. 대만은 선도 기업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장비·소재·후공정(OSAT) 기업들이 그 기준 아래 뭉치는 집중형 생태계를 완성했다.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 능력과 현 글로벌 메모리 위상을 자랑하며, 차세대 PLP 기술까지 세계 최초로 확보한 나라가 단지 '생산 규격' 하나를 통일하지 못해 미래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다면 그것처럼 바보 같은 일도 또 없을 것이다. 기술 주도권이 규격 주도권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고질적인 난맥상을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정부와 기업의 즉각적이고 과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박하다. 과거 주요 첨단 산업의 생산 규격과 국가 표준 제정에서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왔듯, 정부 차원에서 이른바 'PLP 표준 얼라이언스' 같은 것을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다. 아울러, 삼성전자 역시 내부 기준에만 머물지 말고, 글로벌 빅테크 주문을 수주할 수 있는 하이엔드 PLP 확정 규격과 로드맵을 신속히 제시하는 것이 맞다. 메이저 제조사가 명확한 규격을 설정하고 장기 물량 보장과 공동 투자로 소부장 기업을 이끌어줄 때 비로소 강력한 코리아 원팀 생태계가 작동한다. 원둘레 웨이퍼에서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웨이퍼 공간을 칩 디자인에 가장 효율적인 PLP로 전환한 것 자체가 큰 기술적 전환이 분명하다. 한발 나아가 이를 관련 장비·소재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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