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지난 6년간 6521억원의 세금을 투입한 청년기본소득을 전면 개편한다고 한다. 청년 역량 개발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지급액의 70%에 달하는 4523억원이 식당·편의점 등에서 식음료 구매에 쓰였기 때문이다. 모텔, 안마시술소, 성인용품점 등에서 사용한 사례도 적지 않다. 매년 1000억원 이상의 혈세 중 상당액이 허공에 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경기도가 재정 자립도가 높은 부자 지방자치단체라고 해도 세금을 낸 주민들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다.
청년기본소득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트레이드마크 같은 정책이다. 경기도에 3년 이상 거주하는 24세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성남시장 시절 도입한 뒤 경기지사가 된 이후 도내 31개 시·군으로 확대했다. 도비 70%, 시·군비 30%가 들어가는데, 현재는 성남시와 고양시가 정책 효과가 없다고 빠져 29곳만 참여하고 있다. 시장에서 도지사에 오르기까지 ‘기본 시리즈’로 재미를 본 이 대표는 지난 대선과 총선 공약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청년기본소득은 그 원류나 마찬가지인데 경기도가 정책 실패를 시인한 셈이다.
정책 설계 잘못을 청년 탓으로 전가할 일은 아니다. 취업 준비에 사용하고 싶어도 거주지 한정이라 지역에 따라서는 쓸 곳이 마땅치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경기도는 앞으로 등록금, 학원 수강료, 창업 임차료 등 9개 분야로 용도를 제한하고, 대신 도내 어디서든 쓸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기존보다 진일보한 방향이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청년기본소득을 유지하는 게 맞는지 철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복지예산은 필요한 곳에, 절실한 계층에 충분히 투입돼야 효과가 있다. 모두에게 인심 쓰듯 뿌리면 받는 사람도 공돈 쓰듯 써, 결국 혈세만 날리는 꼴이 된다.
이 대표는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을 포기할 수 있으니 추가경정예산을 빨리 편성하자고 했는데, 정작 민주당이 내놓은 35조원 추경안에선 또 한 번 말을 뒤집어 종전 주장을 고스란히 되풀이했다. 민생지원금은 ‘이재명표 기본소득’의 연장선상이다. 경기도에서 실패로 입증된 정책이 국가 정책이 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