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2021년 이후 처음으로 배당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3년간 43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누적 적자에 시달리던 한전이 지난해 4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배당을 선언한 것이다. 보통주 1주당 214원, 총 배당액은 1374억 원이다. 자회사를 제외한 한전 자체 당기순이익의 16%에 이른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8조348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지난달 28일 잠정 공시했다. 한전이 흑자에 성공한 것은 국제 연료 가격 하락이라는 요인도 있었지만 연이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기 판매 수익이 1년 새 6조 원 가까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2022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일곱 차례 인상을 통해 전기요금이 50%가량 올랐다. 특히 지난해에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한꺼번에 9.7% 올려 기업의 부담이 커졌다. 가계와 기업의 고통 분담으로 한전이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곧바로 배당으로 주주부터 챙기겠다고 나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은 송배전망 투자, 부채 축소 등을 위해 허리띠를 더 졸라맬 때이지 배당 잔치를 벌일 상황이 아니다. 2021년부터 누적된 영업적자는 아직 34조7000억 원이나 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4조 원으로, 연간 이자 부담만 4조∼5조 원에 이른다. 한전이 빚더미에 앉은 부작용은 크다. 자금난으로 전력망 투자가 위축돼 첨단산업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고, 기존 전력설비의 유지·보수도 어려워 대규모 정전 등의 재난 사태가 우려된다. 적자를 메우려 찍어내는 한전채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여 채권시장이 왜곡되고 중소·중견기업들의 자금 조달 길이 막히고 있다.
한전 측은 배당 이유로 ‘주주 권익 보호’를 내세웠지만 실제 최대 수혜자는 정부다. 최대 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특수관계인인 정부의 지분을 합치면 51.1%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정부 관계 지분이 과반을 차지하는 한국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 역시 실적이 개선되자마자 배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에너지 가격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해야 하는데, 이익이 나자마자 곶감 빼먹듯 가져가는 정부가 무슨 염치로 국민과 기업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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