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정부 내 교육부를 해체하는 행정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법규에 명시되지 않은 교육부의 모든 기능을 폐지하거나, 일부 기능을 다른 부처로 이관하는 방안도 저울질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탕감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문제적 정책’에 책임을 묻는 조치라고 한다. 세계 대학순위 상위권을 휩쓰는 압도적 교육 경쟁력을 지닌 미국의 교육 개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올 들어 국내 대학들은 17년째 묶인 등록금을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재정 악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어제까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56곳이 올해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그나마 인상률은 대부분 5% 언저리에 맞춰졌다. 등록금 동결이 시작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물가가 33% 올랐지만, 직전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 이내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한 고등교육법 규정(올해 법정 상한 5.49%)에 또 발목이 잡혔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학생과 학부모는 ‘소폭’이라도 등록금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왜 이제 와서 올리느냐’는 볼멘소리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2024년 기준 연간 682만원)이 영어 유치원비(1452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비정상’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재정난 탓에 교수 채용과 노후 시설 교체 등 기본적인 교육 기능마저 마비된 대학이 이미 부지기수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첨단 분야는 장비와 연구인력 확보에 손을 놓고 있다.
그간 등록금을 꽁꽁 묶어놓은 것은 시장 논리가 아닌, 표만 바라본 정부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이었다. 근시안적 정책의 폐해는 결국 학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교육의 질 저하는 학생들을 뽑는 기업에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교육 원칙이 더는 외면받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