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2·3사태 100일… 불안과 갈등 가중시키는 ‘거리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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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과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내용을 오토바이에 붙인 운전자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2025.3.11/뉴스1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과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내용을 오토바이에 붙인 운전자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2025.3.11/뉴스1
12·3 계엄 발동으로 인한 혼란이 12일로 꼭 100일을 맞았지만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분열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광장의 찬반 대립이 갈수록 격렬해지는 가운데 여야도 ‘거리의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제부터 친윤계를 중심으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각하를 주장하는 ‘24시간 릴레이’ 시위를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광화문에 천막을 치고 심야 단식 농성을 시작했고 일부는 삭발까지 했다.

가뜩이나 서울 도심 곳곳이 탄핵 찬반 집회로 갈라져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광장 정치에 본격적으로 가세한 것은 지지층 결집을 통한 여론전으로 헌재를 최대한 압박해 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국민의힘이 당 차원의 집회는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의원들의 개별 시위는 막지 않겠다고 한 것이나, 그간 소속 의원들이 집회에서 “헌재를 쳐부수자”는 극단 발언을 쏟아내는 걸 방치한 것도 같은 이유다. 2013년 국가정보원 개혁을 요구하며 서울광장에 천막당사를 설치한 지 12년 만에 광화문 천막 농성에 돌입한 민주당에선 활동 거점을 아예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으로 옮기자는 얘기도 나왔다. 의정 활동을 내던지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지난 100일을 돌이켜 보면 윤 대통령은 “끝까지 싸우겠다”며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국민의힘은 온갖 논리로 헌재를 비난하며 탄핵 불복 심리를 자극해 왔다. 민주당도 조기 대선에만 마음이 가 있는 듯 공수처 등 수사기관과 헌재 압박에만 골몰했을 뿐 국정 안정은 뒷전이었다. 그러더니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자 여야가 사생결단이라도 하듯 심리적 내전을 부추기고 나섰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그사이 증폭된 갈등은 일상까지 잠식해 친구 간에 탄핵을 놓고 다투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 됐다. 이런 현실 자체도 우울하지만 더 큰 문제는 찬반 진영 서로에 대한 증오 심리가 상대에 대한 악마화로 비화하면서 자칫 물리적 폭력과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란 점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대한 결론이 난 이후에도 민주주의는 계속돼야 하고, 일상의 삶은 지속돼야 한다. 내팽개쳐진 민생을 수습하는 일도 시급하다. 그러자면 정치가 분열을 치유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하물며 상처를 덧내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무책임한 행태를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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