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뼈와 이빨 중 더 단단해서 오래 남는 쪽은 뼈라고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반대다. 둘 다 구부림이나 압축에 강한 수산화인회석이 주성분인데, 이빨에 든 농도가 뼈보다 더 높아 이빨이 더 단단하고, 그래서 오래 간다. 이빨이 흰 것도 이 성분 때문이다.
이빨이 중요한 건 어떤 동물이 어떤 시대에 살았는지,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를 알 수 있어서다. 먹어야 사는 생명체의 생존 전략과 직결되는 신체기관이라 이빨을 보면 ‘식단’을 알 수 있어 뼈와 이빨을 같이 발견하는 학자들은 횡재한 듯 좋아한다. 지금은 얼음뿐인 남극 대륙에 포유류가 살았다는 것도 화석의 이빨만 보고 알았을 정도다. 포유류의 이빨은 파충류나 양서류, 어류 등과 완전히 다르다.예를 들어, 어류인 상어의 이빨은 톱니와 비슷하다. 그래서 먹이를 붙잡아 자르는 용도로 쓴다. 상어의 대표 격인 백상아리가 이런 이빨이 가득한 커다란 입을 쩍 벌려 먹이를 덥석 물면 그대로 두 동강 나기 쉽다. 파충류인 악어는 먹잇감에 상처를 내거나 꽉 붙잡는 용도로 이빨을 쓰기에 이에 적합한 원추형 송곳니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먹잇감을 쉽게 자르지 못해 혼자서는 자기 입보다 큰 먹이를 먹는 데 애를 먹는다. 두 악어가 큰 먹이의 양쪽 끝을 물고 몸을 회전시키며 다투는 듯한 장면이 많은데, 사실은 다투는 게 아니라 협력하는 것이다.
포유류의 이빨은 이들에 비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분업화가 잘돼 있어 아주 효율적이다. 앞니는 먹이를 자르고, 송곳니는 먹이를 붙잡거나 꿰뚫으며, 어금니는 잘게 으깨거나 씹을 수 있어 입보다 큰 먹이를 쉽게 먹을 수 있다. 작게 분리시키거나 씹을 수 있어 소화에 드는 에너지와 시간도 줄일 수 있다. 보통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악어는 소화를 시키는 동안 ‘무조건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포유류는 훨씬 빠르게 소화시킬 수 있어 곧바로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이빨은 이렇듯 이빨에 그치지 않고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인류는 이를 한층 진화시켜 무엇이든 먹을 수 있게 세 종류의 이빨을 골고루 쓰는 데다 윗니와 아랫니가 정확하게 맞물리는 덕분에 음식을 소화에 최적화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가히 자연계 최고의 이빨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형태는 크게 두 가지를 알려준다. 이빨의 단단함은 부드러움을 위한 것이라는 게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육식과 초식을 둘 다 하는 아주 유별난 잡식형이라 뭐든 먹을 수 있고 또 먹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빨은 그 소유자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려준다. 이런 이빨이 가지런히 들어찬 입에서 나오는 말들도 마찬가지인데, 어째서인지 가장 진화한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단단함은 부드러움을 위한 것이라는 진화의 이치를 알면 좋겠다.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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