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실패와 좌절, 배신을 대하는 자세

6 hours ago 1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필자가 무슨 강연이나 발표를 나가면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으니, 망한 투자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그때마다 눈물을 글썽이며 이야기한다. “너무 많아서 뭐부터 이야기할지 모르겠어요.”

철판을 깐 얼굴과 그보다 더 두꺼운 멘털의 소유자인 필자도, 사실 요즘은 좀 힘에 부친다. 그렇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다. 기업경기실사지수가 2년 넘게 80도 넘지 못하는 요즘, 급변하는 매크로 변수와 세금 증가의 퍼펙트 스톰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그대에게,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는 힌트를 나누겠다.

실패-좌절-배신 트리오 대처법 (Do's)

[비즈니스 인사이트] 실패와 좌절, 배신을 대하는 자세

1) 실패 전조, 데이터로 찾아라

실패와 좌절, 그리고 뒤땅의 공통점이 뭔지 아는가? 바로 전조가 있다는 점이다. 꽉 쥔 그립, 빨라진 다운스윙, 출렁거리는 하체, 벌떡이는 머리, 연습 스윙에서 보여준 이 모든 것이 다음 샷의 뒤땅을 부르고 있다. 작은 약속, 작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큰 실패의 전조다. 작은 돈을 탐내는 경영진, 사소한 실수를 숨기는 임원, 매달 예상 매출을 못 맞추는 팀장 모두 큰 실패와 좌절의 예고편이다.

이미 벌어진 실패는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실패는 반드시 반복된다. 실패의 기준을 정하고, 그걸 정확히 측정하라. 네 분기 이상 개선이 없다면 실패한 경영진이다. 모든 데이터를 가장 측정하기 쉬운 지표로 정의하고, 기록하고, 계획과 비교하자.

2) 글은 말보다 강하다

위기를 극복하는 데 감정은 가장 피해야 할 적이다. 감정의 폭풍이 불 때 나오는 ‘막말’은 대부분 글로 옮기면 유치하기 짝이 없을뿐더러, 많은 경우 사실보다는 정황에 의존하기 십상이다.

문제 해결은 반드시 문서화하라. 누구나 해석할 수 있는 문서만이 객관적 사실과 본인의 의견을 구별하게 하고, ‘감정’은 철저히 배제시킨다. 본인 말고 실력 있는 제3의 전문가 눈과 손으로 법률적 대응과 재무적 대안을 준비해라. 이런 기록들을 시계열적으로 관리한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만의 위기 극복 매뉴얼이 된다.

3) 망했을 때의 최적 옵션을 찾아라

실패가 실패로 끝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상상력 부족 즉, 시나리오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많은 실패는 ‘사람’을 믿은 것에서 기인한다. 성악설이 아니다. 오히려 선한 인간이 악의 없이 저지르는 실패들이 가장 아픈 뒤통수가 되기 때문이다.

매도자 혹은 창업주와의 친분을 계기로 투자의 연을 맺고 가까워질수록, 계약서에 서로의 감정을 긁을 만한 부담스러운 내용은 흐려지기 쉽다. 말로 나눈 약속과 의지가 어떻든, 결국 사람은 가고 계약서는 남는다. 불편하겠지만 시작할 때 미리 모든 시나리오를 글로, 계약으로, 경영 계획으로 만들어 두라. 그래야 실패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실패를 폭망으로 이끄는 함정들 (Don'ts)

1) 쫄아야 답 없다

투자가 됐든, 조직 관리가 됐든, 하다못해 물 건너가는 파3가 됐든 쫄아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건 ‘극노답’이다. 감정적 정화에는 그게 도움이 될지 모르나,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은 경영상 치명적인 미스다. 원인 파악과 책임 소재 조사, 증거 수집, 대안·대체 경영진 확보, 언론 대응방안 수립, 법적 조치 준비, 계좌 동결 등 사고가 터졌을 때 첫 1주일은 세상 그 어떤 때보다 바빠야 한다.

2) 2nd 옵션 모색을 게을리하지 말라

인간이 갖고 있는 휴리스틱(heuristic) 덕분에, 인류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간단하게 의사결정을 하도록 진화해왔다. 문제는 이 덕분에 첫인상이라는 함정에 빠져 배신의 칼날을 온몸으로 받는 실수도 하기 훨씬 쉬워졌다는 것이다.

입안의 혀처럼 영업 마인드로 똘똘 뭉쳤지만 정작 손익은 못 챙긴 A대표, 글로벌 기업의 성공한 임원이라는 후광을 업고 정치의 끝판왕을 보여준 B사장 등 필자가 몸소 겪은 실패와 배신들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 나의 콩깍지를 벗겨줄 수 있는 ‘인싸’, 전문가, 전직 임원, 블라인드, 360도 인사평가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말라.

3) 사건 해결에만 머물지 말자

터진 사건, 벌어진 좌절을 액땜으로 생각하는 건 폭망의 지름길이다. 나의 경영전략, 회사의 시스템, 계약 체계, 조직문화에서 ‘설마 아닐 거야’라는 부분을 도려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다면 더욱 강한 조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자잘한 실패의 기억들이야말로 90대 중반에야 은퇴한 워런 버핏처럼 경험 많은 투자자 혹은 경영진이 인공지능을 이겨내는 유일한 알파(alpha)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