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이제 기술의 한 영역이 아니라 산업과 사회 전반을 재편하는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CES 2025에서 강조된 ‘피지컬 AI’와 ‘온디바이스 AI’는 AI가 더 이상 클라우드 속의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모든 기기와 환경에 통합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은 대화형 인공지능(LLM) 분야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고, 중국은 AI와 하드웨어 융합 제품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AI 기술이 2030년까지 13조달러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국은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1) AI 게임체인저, 범용지능로봇에 집중하자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는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슬로건 아래 초고속통신망을 구축하고 정보기술(IT) 강국의 길을 걸었다. 이제는 “대화형 AI는 늦었지만 범용지능로봇으로 앞서가자”는 새로운 비전을 세워야 할 때다. 오픈AI, 구글, 앤스로픽 등이 주도하는 LLM 경쟁에서는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범용지능로봇(GPR)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제조업, 반도체, 배터리 기술에서 강점을 지닌 한국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보스턴컨설팅은 2030년까지 글로벌 로봇 시장이 최소 16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와 로봇공학의 융합을 선도한다면, 한국은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2) 기업에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하자
AI 강국이 되려면 AI 기업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인센티브와 규제 개혁이 필수다. 싱가포르는 낮은 세율로 전 세계 스타트업들에 아시아 시장 거점을 제공하고 있으며, 국가전략사업인 ‘AI 싱가포르(AISG)’ 프로젝트를 통해 단기간에 AI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싱가포르에 50억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보스턴컨설팅이 세계 73개국을 대상으로 한 AI 성숙도 조사에서 싱가포르는 ‘AI 선도국’으로 분류되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한국은 그 아래 단계인 ‘안정적 경쟁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보다 더 중요한 시대적 흐름이 AI산업임을 인식하고, 글로벌 AI 경쟁에서 유리한 환경을 빠르게 조성해야 한다.
(3) 실전형 코딩교육 필요하다
AI 시대에는 코딩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읽고 쓰는 능력만큼 필수적인 소양이 된다. 핀란드, 영국, 에스토니아 등은 이미 초등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의무화했다. 한국도 올해부터 초·중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정규 과정으로 편성했지만 아직도 주요 교과목에 비해 그 중요성이 낮다. 교육 과정 개설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문 교육 인력과 인프라를 확충하고, AI 시대에 필요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실전형 코딩 교육이 AI 인재 양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될 것이다.
(4) 군대 내 AI 전문가 키우자
AI는 이제 군사전략에서도 필수 요소다. 한국 군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엘리트 청년이 집결하는 곳이기에, 이 인재들을 AI 전문가로 육성할 기회가 충분하다. AI 관련 센터와 특수 부대 확충을 통해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군 복무 기간을 활용해 첨단 AI 교육과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과거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이 취업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것처럼, 고도로 훈련된 AI 부대 장병은 AI산업에서 주목받는 인재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의 탈피오트(Talpiot) 부대가 글로벌 기술 인재의 산실이 된 것처럼, 한국도 군을 활용한 AI 전문가 양성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AI는 단순 기술 혁신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2차전지나 전기차보다 훨씬 큰 경제적 파급력을 지닌 AI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국가 전략과 투자가 필요하다. 범용지능로봇 투자와 개발, AI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 코딩 교육 필수화, 군대 내 AI 전문가 양성이라는 네 가지 정책적 전략이 맞물리면 한국을 AI 강국으로 이끌수 있다. 한국이 이뤄낸 산업화와 정보화의 성공을 발판 삼아 이제는 AI 시대를 선도할 도약을 준비할 때다. 우리는 이제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