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임용한의 전쟁사]〈356〉

4 days ago 4

작년 9월에는 8월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올해 2월에는 1월의 강추위와 눈이 몰아쳤다. 3월에도 2월의 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올여름을 겪어 봐야 알겠지만 이상기후가 해를 바꿔 진행되는 것을 보니 앞으로도 우리가 알던 사계절이 한 달씩 뒤로 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들의 관습과 익숙함이 기준이 되는 경우도 많다. 어떤 경우든 사람들은 비정상을 꺼리고 두려워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식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식은 지극히 재앙적인 현상 혹은 신의 경고라고 생각했다. 로마시대에 반란을 일으켰던 병사들이 일식이 진행되자 갑자기 반란을 중단하고 도주해 버린 사건도 있었고, 전쟁을 중단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일식이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다고 할 수 있지만 집단적으로 번져가는 불안감은 사람들을 야수로 변화시켜 약자를 탄압하거나 파괴적인 행위로 발전할 가능성을 높였다.

일식, 월식이 천문 현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류는 의외로 아주 고대부터 알았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탈레스는 일식 날짜를 측정해서 예언하기도 했다. 고려, 조선에서도 천문관원이 있어서 일식을 미리 계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부터 정부의 대응은 사람들에게 일식과 월식이 천문 현상이라고 계몽하기보다는 왕이 직접 제사를 지낸다거나 국민들에게 왕의 통치를 반성하는 글을 반포하곤 했다. 자연 현상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합리적 설득으로 대중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었다는 사정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집단적 이기심에서 발화한 집단적 공포, 집단적 확신은 과학과 논리로 설득할 수 없다. 의사는 증세가 아니라 증세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사회 현상도 같다.

임용한 역사학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