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당뇨병 치료제를 개발 중인 펩트론 주가가 급등했다. 펩트론이 개발한 전립선암 치료제 복제약이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고, 미국 일라이릴리와의 기술수출 본계약 체결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면서다.
20일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펩트론의 시가총액은 6조8611억원이다. 코스닥시장 시총 순위는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6조5784억원)를 제치고 4위에 올라섰다. 지난달만 해도 4조8000억원대이던 시총이 한 달 새 40% 넘게 급등했다.
주가 상승 배경은 펩트론이 보유한 장기지속형 약물 전달 기술 ‘스마트데포’를 향한 기대다. 이 기술은 기존 하루 1회 주사하는 약물을 수주에서 수개월에 한 번 단위로 투약할 수 있도록 조절할 수 있다. 지난 15일 스마트데포가 적용된 전립선암 치료제 루프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루프원의 식약처 승인은 스마트데포 기술의 검증”이라며 “다수 비만,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펩트론은 스마트데포를 기반으로 1개월 이상 지속형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및 위억제펩타이드(GIP) 이중작용 형태의 비만·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약물은 일라이릴리를 제약사 시가총액 세계 1위로 올려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젭바운드’와 동일한 기전으로, 두 호르몬 수용체(GLP-1·GIP)를 동시에 자극한다.
시장이 주목하는 건 일라이릴리와의 협업 진전이다. 펩트론은 지난해 10월 일라이릴리와 스마트데포에 대한 플랫폼 기술 평가 계약을 맺었다. 계약 구조상 펩트론은 14개월 이내 일라이릴리가 요청한 약물 전달 성능 데이터를 제출해야 하며, 이 결과에 따라 정식 기술수출이 결정된다. 따라서 올해 12월까지의 본계약 체결 여부가 향후 주가 흐름에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