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이야기 ‘불법 체류자’[벗드갈 한국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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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
필자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이주민이다 보니 새로 온 이주민이나 한국에 온 지 어느 정도 된 이주민에게 생활 속 궁금점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이러한 문의가 불편하기도 하다. 물론 시간적인 여유와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얼마든지 답변할 수 있지만 살다 보면 가족과 본인도 챙기지 못할 때가 많아서다.

다행인 점은 이주민들의 생활 속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창구들이 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수년 동안 외국인의 생활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는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외국인종합안내센터(1345)’다. 출입국 비자나 생활편의 안내, 공공기관 업무 수행에 필요한 통역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대부분의 외국인은 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서 필요한 내용을 안내받게 되는데, 상담사가 안내한 서류를 갖춰 관할 사무소에 방문하더라도 원하는 목적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다. 이는 해당 외국인이 한국에서 얼마나 솔직하고 성실하게 살았는지에 대한 서류가 불충분했거나 출입국 외 법률을 어긴 사실이 들통나는 등 다양한 사유로 인해서다. 즉, 당사자의 어떤 불찰로 인해 체류자격 변경이나 연장 등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반면 때로는 재량을 남용한 출입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외국인이 승소한 사례들도 종종 목격했다. 이렇듯 한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다양한 사건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외국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가 있다. 법무부에서 시행 중인 ‘국내 장기체류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자격 부여’에 관한 것이다. 해당 제도의 시행 기간은 2022년 2월 1일부터 2025년 3월 31일까지다.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6세 미만에 한국에 입국해 6년 이상 체류했고, 신청일 기준 초중고교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이가 대상이다. 만약 아동이 6세 이후에 입국했을 경우 7년 이상 체류해야 체류자격 부여 신청이 가능해진다.

제기된 문제의 핵심은 해당 제도의 연장 여부다. 제도의 연장을 기대하고 있는 외국인 가족이 국내에 무수히 많으나 아직까지 구체적 방향이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현재 한국 사회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정책 추진이 더딜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기대와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필자 주변의 외국인 가정 중에는 한국에서 자녀를 출산하고 기르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비록 부모 모두 한국 출신은 아니지만 이들의 자녀는 유아 때부터 한국 교육시설에서 한국 아이들과 함께 자라고 교육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인의 정체성이 심어진다. 이들뿐 아니라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외국 출신인 다문화가정의 자녀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아이들 역시 본인을 몽골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가 해당 제도의 연장 여부를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해야 아동의 부모는 한국에서 계속해서 살지 떠날지를 계획할 수 있다. 이는 한국 내 불법 체류자 감소에도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이미 한국에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고 있는 자녀들이라면 갑자기 부모 나라에 가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다. 이런 자녀를 뒀다면 아동 교육권 보장 제도가 더 이상 연장되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한국에 불법 체류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독자 중 한국 사람들도 생활하기 힘든데 불법 체류자를 용인해 달라는 것이냐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자녀를 동반해서 한국에서 장기 불법 체류를 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 이들은 애초에는 더 나은 삶을 바라고 한순간 불법 체류 생활을 선택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자녀가 생긴 뒤로는 고향에 돌아가려 해도 문화와 언어, 생활방식 등의 차이로 인해 자녀가 받을 스트레스를 감안해 한국에 눌러앉게 됐다는 이들이 많다.

한국이 저출산과 고령화로 미래에 대해 많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에서 아무런 민형사 사건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자녀를 열심히 키우고 있는 불법 체류자에게 해당 제도는 어둠 속 불빛과 같다. 정부가 하루빨리 관련 지침을 발표했으면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5만 명으로, 한국 총인구 기준 100명 중 5명이 외국인이다. 한국은 이제 다문화사회가 됐다. 외국인이라도 공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늘려 국가 발전에 기여하도록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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