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록에는 현종의 질환에 대해 “나력(림프샘염)과 결핵 같은 질환을 앓았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갑상샘 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하고초환, 현삼주, 산종궤견탕을 자주 처방했다는 다른 기록으로 미뤄 보면 ‘갑상샘종(갑상샘 비대)’을 앓았음이 분명해 보인다.
실제 스트레스는 현대의학에서도 갑상샘 질환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종의 목에 생긴 부종 또한 감정에 반응해 쉽게 붓는 갑상샘의 특성에 따른 증상이다. 이와 관련해 옛 아메리칸 인디언 부족은 새색시의 신혼 만족도와 스트레스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 목 굵기를 재는 풍습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현종 본인 또한 “본래 심화가 없었는데 결핵을 앓은 이후 심화가 발작을 일으킨다”며 자신이 앓는 병의 원인을 결핵이 아니라고 직격한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갑상샘종으로 인한 상초의 열은 현종의 몸을 괴롭혔다. 동의보감은 ‘화(火)가 심장을 자극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안절부절못하여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얼굴이 붉어지고 눈이 충혈되며 입안이 마르고 혀가 붉어진다’고 밝히고 있다.현종은 동의보감이 나열한 많은 증상 중 특히 안질이 심했다. 한의학은 눈을 ‘불의 통로’라고 본다. 어두운 밤길에서 고양이를 보면 눈이 파랗게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분노와 초조함이 겹친 화병은 불의 통로에 불을 더해 안 신경을 위축시킨다. 거기다 갑상샘 질환으로 인한 열은 안구통, 광(光)민감성 등의 증상을 일으킬 뿐 아니라 심할 경우 안구를 손상시켜 시력을 떨어뜨린다.
현종 또한 “맑은 눈물이 흘러내리는 증세 때문에 근래 매우 고통을 받고 있으니 우선 이 증세를 치료하고 싶다”고 호소하고 뜸을 뜬 데 이어 “안질(眼疾)에는 글을 보는 것이 가장 해롭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을 중지할 수밖에 없어 민망하다”고까지 말했다. 승정원일기에 적힌 현종의 안 질환 치료 횟수만 686회에 이를 정도.
현종의 안 질환 치료를 위해 쓰인 처방 또한 속효산, 국화산, 양혈지황탕 등 다양했는데, 이들 모두 화를 다스리는 처방이 대부분이었다. 조선의 민간요법을 정리한 의서를 발간하기도 했던 고산(孤山) 윤선도는 ‘청기화담탕’이라는 청열제를 처방해 현종의 열을 내려주기도 했다. 민간에서 눈을 밝게 해준다고 알려진 가장 유명한 약물은 결명자다. 본래 이름은 환동자(還瞳子)다. ‘눈동자를 건강하게 되돌린다’는 뜻. 나물을 만들어 먹으면 눈을 밝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봄철 잎이 특히 좋다. 열매는 반드시 솥 안에 넣고 약간 향기가 날 때까지 볶아서 식힌 다음 사용해야 한다. 눈이 충혈되거나 깔깔하고 아픈 증상, 눈물이 흐르고 밝은 빛을 못 보는 증상, 머리가 아프고 어질어질한 증상과 변비 등의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된다.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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