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우린 40년 묵은 소문난 맛집…창작의 샘 마른 적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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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주년 맞아 14년 만에 정규 14집…혼란한 세상 속 '순수' 찾아 항해

"우리 음악은 한국 정서와 비슷…히트곡 비결? 삶이 흐르는 대로 갔을 뿐"

故신해철 재해석한 '천국에서' 수록…"그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록 불모지서 40년, '음악하다 죽자'는 목표로 뭉쳐…지금 팀 구성이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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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0주년 맞은 밴드 부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데뷔 40주년을 맞은 밴드 부활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좌측부터 채제민(드럼), 최우제(베이스), 김태원(리더·기타), 박완규(보컬). 2026.4.6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부활의 40년 묵은 맛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확실합니다. 오랜 기간 쌓아온 내공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소문난 맛집'과도 같죠."(박완규)

국내 대표 밴드 부활은 지난 1985년 결성돼 이듬해인 1986년 1집으로 데뷔한 이래, 숱한 멤버 교체와 부침을 겪으며 록이 비주류이던 우리나라에서 인동초처럼 살아남았다.

이들은 '록 음악은 거칠고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 등 시적인 노랫말과 서정적인 멜로디로 히트곡을 줄줄이 탄생시켰다.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부활의 김태원(리더·기타), 채제민(드럼), 박완규(보컬), 최우제(베이스)를 지난 1일 서울 서초구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밴드의 터줏대감 김태원은 "저는 설렁탕을 좋아하는데, 50년 넘은 맛집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40년 정도는 그렇게 긴 시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그저 어릴 적 마음 상태를 유지하려 애쓸 뿐"이라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그는 TV 오디션과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비친 모습 그대로 여전한 달변을 자랑했다. 음악과 밴드 이야기가 나올 때면 '반짝'하는 안광이 짙은 색 선글라스를 뚫고 나오는 듯했다.

채제민은 "(40주년을 맞았다는 사실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며 "어렸을 때는 40년 정도 음악하면 디너쇼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했는데, 막상 시간이 흐르니 오랜 세월을 잘 견뎌냈다는 게 뿌듯하다"고 했다.

세월의 모진 비바람을 견뎌냈다는 멤버들의 말은 빈말이 아니다.

김태원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여러 차례 바뀌었고, 정식 데뷔 전 몸담았던 김종서를 비롯해 이승철·김재기·김재희·김기연·이성욱·정단·정동하·김동명 등 거쳐 간 보컬만 10명이다. 지난 1997년 5집 '불의 발견'에서 보컬로 활동한 박완규는 2019년 팀에 재합류해 현재까지 마이크를 잡고 있다.

박완규는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았다"며 "'나는 가수다'에 나가서 인기도 얻었지만, 남의 노래만 부르다 보니 무대가 끝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었다. 제 출발점이 부활이었던 만큼, 여기로 돌아와 '우리의 노래'를 부르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재합류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태원은 박완규를 가리켜 "부활의 마지막 보컬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팀 구성이 포에버(Forever)"라며 "박완규는 30년을 노래했어도 여전히 음악에 미쳐 있는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40년이란 세월 부활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낸 까닭을 묻자 김태원은 '항해'라는 비유를 꺼냈다.

그는 "저는 가창이 안 된다. 그렇다고 작곡가로만 남기엔 너무 슬프고 허무하다. 그래서 제 음악을 펼칠 수 있는 길은 밴드밖에 없다"며 "밴드는 배, 활동은 항해와도 같아서 혼자서는 절대 갈 수 없다. 최소한 4명은 있어야 그 배를 움직일 수 있고,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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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0주년 맞은 밴드 부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데뷔 40주년을 맞은 밴드 부활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좌측부터 채제민(드럼), 최우제(베이스), 김태원(리더·기타), 박완규(보컬). 2026.4.6 ryousanta@yna.co.kr

"지난 40년간 배 안에서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죠. 좌초된 적도 있었고, 폭풍을 만나 목숨이 경각에 달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 우리가 가고자 한 목표 지점까지 거의 도착했어요. 거기가 어디냐고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음악을 하다 가는 겁니다." (김태원)

박완규 역시 지난해 고별 공연으로 대중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뒤 세상을 떠난 '헤비메탈의 제왕' 오지 오즈번을 언급하며 "우리나라 같은 록의 불모지에서 음악을 하려니 시련이 너무 많았다"면서도 "우리는 '무대에서 함께 음악을 하다 죽자'는 같은 목표로 뭉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활은 지난달 28일 40주년을 자축하는 열네 번째 정규앨범의 첫 번째 파트 '웨어 이즈 히어'(Where Is Here)를 내고 항해를 재개했다. 정규앨범으로는 2012년 13집 이후 14년 만이다.

멤버들은 타이틀곡 '돛에 부는 바람'을 비롯해 '꽃에 녹는다', '꽃', '풍경' 등이 수록된 이번 앨범을 통해 '순수'를 지향하는 마음가짐을 담아냈다.

부활은 '돛에 부는 바람'에서 '이제 바람에 실릴 돛을 세우고 / 나는 집으로 돌아간다'며 집으로 상징한 순수로 나아가겠다고 노래했다.

이들은 순수란 하늘에서 펑펑 내리는 눈을 보고 교통 체증이나 제설 작업 따위가 아닌 '내 작은 두 손에 만들어져 가던 눈사람'('꽃에 녹는다' 가사 중)을 기대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옳고 그름의 경계조차 희미해진 혼탁한 요즘 세태를 향해 베테랑 뮤지션이 고민 끝에 내놓은 처방과도 같았다.

김태원은 "아주 작은 부스러기만큼이라도 순수를 지녀야 음악을 할 수 있다"며 "순수가 없기 때문에 요즘 세상에서 벌어지는 갖은 부작용이 생겨나는 것이다. 동심을 지켜낸 사람은 절대 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완규는 거칢과 부드러움을 오가는 목소리로 '돛에 부는 바람'을 노래했다. 깊이 있는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 사이에서 답을 찾으려 무던히도 애썼다고 한다.

그는 "이 곡 자체가 '삶의 정답을 찾아가며 항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노래를 녹음할 때도 정답을 찾아가는 마음으로 불렀다. 서정적으로 불러서도, 거칠게 불러서도 안 됐다"며 "과거에는 무대를 장악하려고 힘을 많이 썼는데, 이 곡을 부를 때는 힘을 빼고 곡 안에 내가 스며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부활은 이번 앨범 곳곳에서 여러 악기와 사운드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꽃에 녹는다'는 후주 연주만 약 2분에 달하고, '꽃' 후반부에는 최우제가 합성한 '푸드덕' 하는 철새 소리가 담겼다. 박완규는 "작사·작곡 대부분을 (김)태원이 형이 하는데, 연주를 통한 창작자의 변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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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정규 14집 '웨어 이즈 히어'

[부활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앨범에는 특히 고(故) 신해철이 재해석한 부활 2집(1987년) 수록곡 '천국에서'도 담겨 눈길을 끈다. 신해철은 지난 1996년께 부활 헌정 앨범을 위해 이 곡을 녹음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발매되지 못하고 묻혀 있던 것을 멤버들이 30년이 지나 세상 밖으로 다시 꺼냈다.

김태원은 "이 곡은 신해철의 마지막 심경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젠가 앨범에 수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곡을 통해 (신)해철이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활의 명곡 대부분을 만든 김태원은 이번 앨범에서도 전곡을 작사, 작곡했다. 쉬이 곡을 써낼 것 같지만, 스스로를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아야 곡이 나온다며 "최소한 감기는 걸려야 한다"고 농담했다.

김태원은 "우리나라 선배 음악인들이 구사하던 구슬픈 마이너(단조)도 아니고, 메이저(장조)도 아닌 중간 느낌의 노래에 서양의 레드 제플린 같은 실험적인 음악을 잘 연구해 섞었더니 지금의 부활 음악이 됐다. 우리의 음악은 한국의 정서와도 비슷하다"며 "(히트곡 비결은) 그저 삶이 흐르는 대로 걸어갔을 뿐"이라고 회상했다.

"다행히도 저의 (생각의) 떠오름은 아직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떤 물음이 생겨났을 때 고통스럽더라도 해답을 향해 한발씩 나아가는 게 작가의 정신이자 희열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이 솟아나는 샘물이라고 한다면, 제 창작의 샘은 마른 적이 없습니다."(김태원)

부활은 지난해부터 40주년을 기념하는 전국투어에 한창이다. 이들은 7월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을 비롯해 전주, 김해 등 전국 각지에서 팬들을 만난다. 부활은 올가을께 5곡이 담긴 14집의 두 번째 파트도 낼 예정이다.

최우제는 "공연장에서 40년 된 밴드의 진가가 발휘된다"며 "관객들이 나이도 잊고 유대감으로 뭉쳐 모든 노래를 따라부르는 것을 볼 때 '부활이란 밴드가 이런 팀이었구나'하고 감사와 더불어 영광스럽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ts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4월06일 07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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