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단편선 순간들 "삶이 힘들어도 친구 되어준 '음악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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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음악만세'로 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괴식' 같아도 맛있는 노래들"

가수 겸 프로듀서 단편선 주축…"우린 사업해본 사람들이 뭉친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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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단편선 순간들

왼쪽부터 보컬 단편선, 피아노 이보람, 베이스 송현우, 드럼 박재준, 기타 박장미 [오소리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이렇게 권위 있는 자리에서 발언권을 얻는다면 예전부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싱글은 앨범이 아닙니다."(박장미)

지난 달 27일 열린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밴드 '단편선 순간들'의 기타리스트 박장미가 운을 뗐을 때 청중은 숨을 죽였다.

밴드가 앨범 '음악만세'로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모던록 음반을 수상하며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순간이었다. 이목이 쏠린 순간에 '폭탄 발언'을 꺼낼 것처럼 뜸을 들이던 그가 음반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현장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많은 이들의 웃음을 끌어낸 박장미의 짤막한 수상소감은 다른 한편으로 음악을 진심으로 대하는 그의 태도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앞두고 만난 단편선 순간들의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에게 음악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동료이자 삶의 당연한 일부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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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단편선 순간들

[오소리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리더 단편선(본명 박종윤)은 "음악을 아주 오래 좋아해 왔고, 음악과 오랜 친구처럼 지냈다"며 "주위 동료들도 음악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많다. 그런 점을 떠올릴 때면 '음악 만세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단편선 순간들은 리더이자 보컬 단편선을 중심으로 피아노 이보람, 베이스 송현우, 드럼 박재준, 기타 박장미 등 5명의 멤버로 이뤄진 밴드다. 단편선은 2004년 솔로 활동을 시작해 2013∼2017년 밴드 '단편선 선원들'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지난 2023년 앨범 '음악만세'를 준비하던 단편선은 친분이 있는 이보람과 작업을 시작했고, 이후 연주자들이 팀에 합류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박장미는 "사업을 해 본 사람들끼리 만나서 차린 스타트업 같다"며 "보통 스타트업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차리는 경우가 많지 않나. 우리는 각자 사업으로 망해도 보고 성공도 해본 사람들인데 곧장 주식회사를 차릴 수 없어서 스타트업을 꾸린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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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선 순간들 '음악만세' 커버

[오소리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9월 발매한 '음악만세'에는 동명 타이틀곡을 포함해 재즈, 민속음악, 현대음악을 넘나드는 노래 10곡을 담았다. 앨범 이름은 단편선이 2022년 말부터 힘든 시기를 보내던 당시 적어뒀던 동명의 글귀에서 따왔다.

단편선은 "메모를 보고 당시의 힘든 기억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심정을 떠올렸다"며 "힘든 일을 겪으며 음악에 관해 생각한 것들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앨범에는 집에 누수가 생겨 고생한 경험을 녹인 수록곡 '독립', 김진숙 노동운동가의 발언을 내레이션으로 사용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음악만세'까지 실험적인 노래들이 다수다.

이보람은 "'괴식(괴상한 음식)처럼 보이는데 이게 왜 맛있지?' 싶은 생각이 드는 곡들"이라며 "우리의 취향을 잘 담아내려 정제한 노래들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멤버들의 취향을 담아내는 작업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경주에서 4박 5일 합숙도 했다는 이들은 '날것'의 느낌을 원한 '음악만세' 작업이 고됐다고 입을 모았다.

드러머 박재준은 "단편선 형이 드럼을 못 치는 사람처럼 연주해야 한다고 해서 어릴 때 갖고 있던 온갖 연주 습관을 다 동원했다"며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치다가 힘을 완전히 빼고 쳐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단편선은 "연주를 못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삐그덕대면서 무언가를 만들 때 나오는 상쾌함과 쾌활함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과감함과 정교함이 동시에 필요한 작업이라 정말 어려웠을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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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머 박재준

[오소리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데도 멤버들은 앨범 작업에서 배운 점이 더 많았다고 말한다. 새로운 느낌의 음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박재준은 "예측할 수 없는 작업 속에서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 드러머인지를 문득 깨달았다"며 "이 작업 덕분에 어느 정도 스스로를 알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편선은 밴드의 향후 계획에 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그는 공연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자신이 운영하는 독립 음악 레이블 '오소리웍스'를 가꿔나갈 생각이다.

단편선은 다만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이 자기 길을 바꿔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목표는 또 다른 성취에 조바심을 내지 않고 인디 가수의 길을 걷는 것이다.

"상을 받아도 삶은 똑같을 것이고,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성공하지 못해 스트레스받는 삶보다는, 인디 음악가로서의 본분을 생각하며 활동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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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프로듀서 단편선

[오소리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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